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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태열> 개원醫 이익단체로 전락한 의사협회
지난 11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3층. ‘2014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이 전국에서 500여명의 의사가 모인 가운데 열렸다. 비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노환규 회장은 “원격의료는 휴대폰 진료다. 국민의 건강권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 “의사가 자신의 양심과 싸워야 하는 잘못된 의료제도, 의료현실을 방치할 수 없어 총파업을 논의하는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등장한 변영우 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도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의사들의 의견이 무시된 채 보건의료정책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오만불손하다”며 총파업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고의 기득권 집단인 의사들의 총파업이 국민의 건강 때문인지 자신들의 이익 훼손 때문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 소속 의사들과 개원의들 간의 이슈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보면 후자가 맞을 듯하다. ‘저(低)수가’ 개선에는 다 같이 동조를 하지만 ‘원격의료’나 ‘영리자회사 설립’에 관해선 서로의 이해득실을 따지려 주판알을 튕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당사자이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밥그릇 크기를 저울질하는 것은 다른 이익집단의 그것보다 더 위협적이고 비열한 수법이다. 의사협회는 이익단체이기에 앞서 공익단체이기 때문이다. 의협의 집단행동이 국민들 눈에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생떼’로 비치지 않으려면 총파업에 대한 투표는 의사협회 회원들에게 묻기 앞서 국민들에게 먼저 물어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평생 오지를 돌며 한센병 퇴치와 백신 개발에 앞장선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의사협회가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충고한 바 있다. “의사협회가 회원들의 권익을 챙기겠다면 결국에는 자기의 권익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

의사협회 건물 정문에는 ‘우리는 회원의 행복과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한다’는 집행부의 슬로건이 걸려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국민의 건강보다는 회원의 행복을 먼저 언급한 집행부의 속마음을 읽은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김태열 소비자경제부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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