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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개원의들만의 이익단체’로 전락한 의사협회
지난 11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3층 대강당. ‘2014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이 전국에서 상경한 약 500여명의 의사들이 속속 모여든 가운데 열렸다. 비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노환규 회장은 “원격의료는 휴대폰 진료다. 국민의 건강권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 “의사가 자신의 양심과 싸워야 하는 잘못된 의료제도, 의료현실을 방치할 수 없어 총파업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등장한 변영우 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의사들의 의견이 무시된채 보건의료정책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오만불손하다”며 총파업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총파업에 반대한다는 소수 의사들의 피켓시위도 있었지만 회의는 일사천리로 이어졌고 3월 3일을 기해 정부의 만족할만한 답변이 없을시에는 9만5천여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파업을 강행하기로 의결했다. 정부도 이날 7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긴급 기자브리핑을 열어 “의사협회의 총파업이 강행된다면 실정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실질적 당사자인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않다. 과연 우리사회에서 최고의 기득권집단이라 할 수 있는 의사집단이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의 건강을 염려해서 파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것에 극렬하게 반발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들끼리도 봉직의(병원 소속의사)와 동네병원 개원의, 전공의 간 그들이 내건 이슈들의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보면 후자가 맞을듯하다. ‘저(低)수가’ 개선에는 다같이 동조를 하지만 ‘원격의료’나 ‘영리자회사 설립’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른 주판알을 튕기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집단휴진 강행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는 점이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밥그릇 크기를 저울질하는 것은 다른 이익집단의 그것보다 더 위협적이고 비열한 수법이다. 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을 궁극적으로 책임지는 당사자로 이익단체이기에 앞서 공익단체이기 때문이다.

의협의 집단행동이 국민들 눈에 밥그릇지키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생떼‘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총파업에 대한 투표는 의사협회 회원에게 묻기앞서 국민에게 먼저 물어 납득시킬 수 있어야한다.

평생 오지를 돌며 한센병 퇴치와 백신개발에 앞장서 ‘아시아의 슈바이쳐’로 존경받던 고(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은 의사협회가 취해야할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충고한바있다.

“의사협회가 의사회원들의 권익을 챙기겠다면 , 결국에는 자기의 권익을 지키지 못 하게 될 것이다. 공익을 생각하면서 그 안에서 권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권익을 찾는 현명한 방법이다. 집단의 이익만 챙기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 권익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의사협회 건물 정문에는 ‘우리는 회원의 행복과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한다’라는 집행부의 슬로건이 걸려있다. 공익과 이익을 다같이 추구한다는 의미일게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국민의 건강보다는 회원의 행복을 먼저 언급한 집행부의 속마음을 읽은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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