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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쟁 없는 현명한 상속의 시작 ‘상속신탁’
중견기업 사장 A(60)씨는 사실 노후 걱정이 없다. 25년간 사업을 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재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으니, 바로 둘째 아들(28)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자폐증을 앓아온 둘째는 아직도 가족 이외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다. A씨는 ‘내가 죽으면 둘째는 어떡하나’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A씨가 가진 고민의 해답은 바로 상속형 신탁에서 찾을 수 있다. 신탁(Trust)이란 소유자가 자신의 재산을 분배하거나 특정한 목적에 사용하려고 소유 재산 전부 혹은 일부를 전문가인 타인에게 이전하고, 그가 재산을 관리하도록 하는 사법상 제도다. 지난 2012년 7월 신탁법이 개정되면서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방식의 신탁 상품을 개발했지만, 일반인들에겐 아직 낯설다.

▶내가 죽어도 내 뜻대로 상속=상속형 신탁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죽어도 내 뜻대로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굳이 법적인 절차를 통해 유언장을 쓰지 않아도 신탁회사와 재산 분배 등을 계약하면 사후에 그대로 집행이 된다.

특히 신탁법 개정 이후 다양한 신탁 상품이 가능해지면서 금융회사들도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즉 법 개정 이전에는 유언장 보관업무에 초점이 맞춰진 유언신탁을 주로 취급했다면, 법이 개정되고 나서는 유언장 없이도 재산분배를 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과 세대를 연속해 재산분배가 가능한 수익자 연속신탁 등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속형 신탁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유언을 집행할 때 가족이 한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신탁 재산을 위탁받은 전문가가 상속 대상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유언을 집행해도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 등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가 늘어나는 만큼 상속인도 유언 집행을 위한 일정 조정을 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세제 혜택 등 유인은 적어=최근 고령층의 증가와 자산 규모의 확대 등으로 상속형 신탁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낯설다. 유언이나 상속설계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은데다 신탁법이 개정된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아 개인 신탁시장의 성숙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세제혜택 등 상속형 신탁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없어 가입 유인도 크지 않다. 신탁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은 다양한 혜택으로 신탁 가입이 활발하다. 유언신탁의 경우 위탁자가 부채가 있어도 신탁 자산은 압류할 수 없도록 했고, 생전신탁은 9개월가량 걸리는 유언 검인과정을 없애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우리나라 수익자 연속신탁은 판매만 허용됐을 뿐 세제 등 명확한 규정이 없어 활용하기가 사실 어렵다. 실제 국내 출시된 상속형 신탁 상품 중에는 수익자 연속신탁 상품은 없다.

황원경 KB경영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상속형 신탁시장이 발달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아직 획기적인 상품 출시나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시장 성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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