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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지 못한 세상…게임 막는다고 해결되나?”
게임규제에 대한 그의 생각은…
“중독이라고 하면 금단증상이나 의존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참을 느릿느릿한 말투로 말하던 송재경 대표는 갑자기 안경 너머로 눈빛을 번뜩이며 예리한 지적을 했다. 그는 “사람이 무엇인가에 중독됐다면 그거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의학적, 과학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며 지난해 게임업계 최대 화두였던 ‘게임 규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시간별로 청소년의 게임 사용을 정하는 ‘셧다운제’가 시행되는데 더해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 중 하나로 규정하고,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게임중독법’으로 업계 안팎이 뜨거웠다.

송 대표는 이런 시각에 대해 여느 게임업계 종사자처럼 “게임이 벌어들이는 돈이 얼만데”라고 대응하지는 않았다. 대신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심하게 게임을 하는 이유는 다른 할 것이 워낙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때는 1년만 공부해도 됐는데 지금은 유치원 때부터 대학교까지 계속 공부를 해도 성공할까 말까”라며 “인간이 살 수 없는 구조에서 상위 1%를 위해 나머지 90% 이상의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교육제도와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임으로 도피하고 있는 건데, 게임을 막는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게임을 막으면 다른 도피 수단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 다들 안녕하지 못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지 게임 때문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가 한때 치열하게 매일 야근하고 18시간 공부하는 패러다임으로 정점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이런 패러다임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 멈추고 한 번 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상태, 게임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철학과 함께 게임 산업을 무차별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드러냈다.

90년대 정부의 벤처 육성으로 게임산업이 이만큼 성장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송 대표는 “실제로 경영 최전방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체감한 적은 없다”며 “하지만 한국 인터넷산업과 게임산업은 서로 상호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집에 인터넷을 깔았고, 업계도 게임을 통해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며 “게임은 한국을 인터넷강국으로 만든 중요한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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