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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정부 시위의 경제학…국민소득을 보면 정치가 보인다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가 대혼란에 휩싸였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와 갈등이 격화되는 조짐을 보여서다.

정치적 불안이 그동안 고도 성장을 거듭해왔던 신흥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향후 국제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적 석학 새뮤얼 헌팅턴(1927∼2008) 전 하버드대 교수의 혜안에 다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사태가 20여년 전 ‘민주주의 제 3의 물결’을 주창한 그의 예견과 꼭 들어맞는다는 지적이다.

▶“민주주의, 경제에서 찾아라”=헌팅턴 교수는 지난 1991년 저서 ‘제 3의 물결’에서 경제 발전이 민주주의 체제 이행에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1974년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남유럽, 남미와 아시아 30여개국에서 민주주의가 싹을 틔운 것을 ‘제 3의 민주화 물결’로 규정하고, 1인당 국민총생산(GNP)을 각국의 사회ㆍ경제적 발전을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제시했다.

헌팅턴 교수에 따르면 ‘1인당 GNP 5000달러’는 민주주의 제 3의 물결이 일어나기 위한 기초 환경이다. 1인당 GNP가 5000달러를 넘어 기본적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킨 국가에서만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저소득국은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쿠데타 등 정치적 혼란을 경험할 수밖에 없으며 국민소득 수준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고 그는 주장했다.

헌팅턴 교수는 이를 위해 ‘쿠데타 성공 상한선’(coup-success ceilingㆍ1인당 GNP 1000달러)과 ‘쿠데타 시도 상한선’(coup-attempt ceilingㆍ1인당 GNP 3000달러)이라는 개념을 내놨다.

1인당 GNP가 1000달러 미만인 국가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 성공하고, 1000∼3000달러 사이일 경우엔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지만 성공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1인당 GNP가 3000달러를 넘으면 쿠데타 발생과 성공 모두 어렵다고 봤다.

▶1000달러vs5000달러=국민소득이 840달러밖에 되지 않는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저개발국가들은 총선을 둘러싸고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총선용 중립 과도정부 구성을 요구했던 야당이 집권당과 충돌하면서 2달 간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5일 최대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반쪽짜리 총선에서 집권당이 압승을 거두자 또다시 반정부 시위에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캄보디아도 총선 때문에 피로 얼룩지고 있다.

약 30년 간 억압정치를 휘둘렀던 훈센 총리가 지난해 7월 총선에서 승리한 뒤 대규모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반정부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야권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으로 맞서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의류 노동자들이 반정부 시위에 가세, 정국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는 “선거는 필수적이지만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선거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감시 기구를 만들지 않는 한 앞으로도 사회 불안에 취약한 상태로 남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태국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수텝 터억수반 전 태국 총리가 이끄는 시위대는 내달 2일 실시될 예정인 조기 총선 연기를 주장해왔다. 시위대는 조기 총선에서 잉락 친나왓 총리가 사실상 지도자인 푸어타이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친나왓 총리 조기 퇴진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푸어타이당이 유세 돌입으로 맞서자 시위대는 오는 13일 대규모 ‘방콕 셧다운’ 시위를 열어 방콕을 마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5210달러로 5000달러를 돌파한 바 있어, 다른 국가들보다 제 3의 민주화 물결 실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쿠데타 시도’ 3000달러…이집트ㆍ우크라이나=쿠데타 시도 상한선인 1인당 GNP 3000달러 안팎의 국가들도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랍의 봄’을 이끌었던 이집트가 대표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 2980달러로 쿠데타 시도선에 턱걸이하고 있는 이집트에서는 지난 2011년 초 시민혁명이 발생해 장기 집권해왔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퇴진시켰다. 이후 자유 민주 선거를 통해 무함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7월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이에 반발한 반군부 시위가 대규모 발생하면서 같은 해 10월까지 2600명 이상이 숨지는 등 유혈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소득이 3500달러인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말 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협정을 중단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위를 이끌고 있는 야권은 새해 들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포하며 수도 키예프를 중심으로 시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유혈 충돌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옛 소련권 국가들에 대한 통제력 강화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독립국가연합(CIS) 관세 동맹에 가입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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