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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그렇게 대통령이 된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스티븐 스필버그를 탓할 줄은 몰랐다. 일본 아베의 망동ㆍ망언으로 일제(日製)엔 눈길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스필버그의 추천으로 본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가뜩이나 질식할 듯한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와중에 심란함을 더해서다.

바뀐 애 얘기였다. 신파적 소재인데 관찰 각도에 따라 울림은 달라진다.

각자 엉뚱한 집 아이를 제 자식으로 알고 키운 부모들은 ‘진짜’ 아들과 ‘가짜(DNA가 다르다는 의미에서)’ 아들 사이에서 고민한다. 6년 간 기른 정은 피붙이가 아니어도 붙잡고 싶은 마음을 동하게 한다. 건축가 아버지와 전파상 주인인 아버지, 돈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마찬가지다. 서로 친권을 주장하면서도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갈등한다.

좀 더 단호한 쪽은 건축가 아버지다. ‘가짜’ 아들에게 이별을 고할 준비를 한다. 뭐든 출중한 능력을 가진 이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다방면에서 뛰어나지 못한 점에 실망한 걸 계기 삼는다. 매몰차게 말하면 그는 소유의 개념으로 아들을 대했다. 헝클어진 운명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전파상 주인집에서 자란 ‘진짜’ 아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가짜’ 아들에겐 다시는 만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건축가와 ‘가짜’ 아들의 이별의식은 동네 놀이터에서 행해진다. 건축가는 카메라에 ‘가짜’ 아들을 담는다. 피사체는 담담했다. 건축가가 카메라를 건네며 자신을 찍어보라고 했지만 ‘가짜’ 아들은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가짜‘ 아들은 ‘가짜’ 부모의 눈빛ㆍ말투에서 돌아가는 판세를 모두 읽고 있었다. 이별의식 훨씬 이전부터 헤어짐을 준비했다. 이별이 현실이 된 뒤에야 건축가는 깨달았다. 놀이터에서의 그 카메라엔 이미 ‘가짜’ 아들이 ‘가짜’ 아버지를 놓치기 싫어하며 찍은 일상이 담겨 있었단 것을.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가짜’ 아들은 낯선 환경과 맞닥뜨림에도 눈물 한 줄 보이지 않는다. 건축가가 전파상 집에 찾아왔어도 혹여 그의 눈에 띌까 벽장에 숨는다. 건축가의 당부를 어기지 않겠다는 움직임은 필사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가짜’아들은 소유물이 아닌 자유의지로 약속을 지킨 셈이다. 울면서 후회한 쪽은 건축가였고, 그를 두 팔로 조용히 안아준 건 ‘가짜’이지만 ‘진짜’ 아들이었다.

소란스러운 한 해가 또 가고 있다.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니 통합은 구만리다. 말없는 국민 대다수는 노련하다. 광복 이후 이런 식의 혼란을 겪으며 60년 이상을 꿋꿋하게 버텼다. 굳이 초짜를 따지자면 5년짜리 정부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건축가 아버지처럼 정부가 번뇌하고 우왕좌왕할 때 국민은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바뀐 해엔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정부가 탄생할 때의 51% 지지층이 아닌 나머지 49% 일부의 박수도 받을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반쪽의 대한민국으로 소유권을 주장하기엔 자유의지를 가진 이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대통령이 돼야 한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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