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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이너ㆍ설계자ㆍ여성… 세 가지 관점 한데 모아 ‘비데의 혁신’을 제시한다
-‘국내 최초 여성 비데 개발자’ 복선영 아이에스삼홍테크 기술연구소 연구개발팀 대리
-디자이너에서 설계자로 화려한 변신, 변화 더딘 비데 업계에 ‘혁신’ 전파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언젠가는 디자인부터 설계까지 모두 제 손으로 한 비데를 내놓고 싶습니다. 그리고 커버에는 제 사인을 멋지게 써넣는 거죠. 누군가의 이름을 건 명품, 이제 비데 시장에도 그런 제품 하나쯤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청담동 아이에스동서 이누스 전시장에서 만난 복선영(32ㆍ사진) 아이에스삼홍테크 기술연구소 연구개발팀 대리의 대답은 성탄전야의 거리를 스치는 겨울바람보다도 ‘쿨’했다. 하지만 그 쿨함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기분 나쁜 한기와는 달랐다. 그의 대답에는 듣는 이를 설레게 하는 청량감이 가득했다. 오랜 시간 숙성시켜온 자신만의 관점과 목표가 만들어 낸 청량감이다.

지금은 ‘국내 최초의 여성 비데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처음부터 복 대리가 설계전문가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20대 초반, 그는 디자이너를 꿈꿨다. 2003년 청주대학교 디자인공예학부를 졸업하자마자 조명ㆍ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밤을 새워 완성한 디자인을 내놓을 때마다 “설계상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기가 발동했다. 복 대리는 “자식 같은 디자인이 설계 문제로 킬(?) 당하는 것을 보고 설계지식까지 겸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즉시 회사를 옮겼다. 소화기와 스프링클러를 제작하는 중소업체였다. 이곳에서 복 대리는 디자인과 설계작업을 병행하며 개발자로서의 업무를 몸으로 배웠다. 스스로 주말까지 반납하며 상사들을 닦달했다. 그만큼 배움에 대한 욕구는 강했다.

설계의 기초를 이해하자 더 큰 세상이 눈에 보였다.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자동차 엔진부품을 설계하는 회사로 발길을 돌렸다. 고된 현장에 다른 여성개발자는 없었다. 하루에 네다섯 시간만을 자며 공부한 끝에 전공자를 능가하는 개발자로 거듭났다.


이후 복 대리는 삼성과 LG의 휴대전화를 설계하는 외주사에서 근무하며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슬라이드폰’, ‘스윙폰’의 설계에 참여했다. 2011년에는 본인의 이름으로 ‘양방향으로 동작이 가능한 복층형 스윙힌지’라는 특허를 내기도 했다. 디자이너로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지 약 8년 만에 전문 설계자로 변신한 것이다.

지난해 아이에스삼홍테크에 비데 개발자로 둥지를 튼 복 대리는 이제 지난 시간 동안 다져온 변화와 혁신을 비데 시장에 전파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에스삼홍테크가 야심차게 내놓은 ‘올림비데’가 그 신호탄이다. 올림비데는 버튼 하나로 비데와 도기 사이를 분리, 청소 사각지대를 없앤 신개념 비데다.

개발 당시 많은 설계자가 비용 문제 때문에 이 기능 탑재를 반대했지만, 복 대리는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간파, 직접 설계팀을 설득해 제품의 주요 기능으로 부각시켰다.

이 외에도 복 대리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많다. 여성 개발자라는 특성을 살려 여성 사용자들이 하이힐을 신고도 편히 앉을 수 있도록 비데 시트를 테스트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남성 개발자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비데기능과 세정기능의 미세한 물살 차이를 잡아내기도 했다. 현재는 회사에서 진행중인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카운터 파트너로 활약 중이다. 디자인과 설계를 두루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복 대리는 “비데 업계는 제품 간의 차별점이 적고 혁신이 더딘 편인데, 올림비데 처럼 작지만 큰 혁신을 담은 제품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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