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피겨여왕’ 김연아를 시작으로 ‘빙속여제’ 이상화와 박태환, 손연재, 박인비와 후원 계약을 하며 스포츠마케팅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진영(44) KB금융 광고팀장이다. 세계 무대서 큰 주목을 받기 전 이들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꿰뚫어보며 ‘대박’을 터뜨린 그는 “이제 KB금융 스포츠 2세대를 이끌 선수들을 발굴해야 할 때다”고 했다.
김진영 팀장은 1997년 국민카드에 입사해 영업점에 근무하다 2001년 홍보부로 옮기면서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어머니가 “네 인생을 망치는 게 있다면 그건 스포츠와 삼국지일 것”이라고 할 정도로 학창시절 스포츠에 푹 빠졌던 그는 운동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스포츠마케팅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첫 작품은 쓰라린 상처로 남았다. 2002년 당대 최고 스타인 박찬호를 모델로 전격 발탁했지만, 월드컵 붐을 타고 거스 히딩크 감독을 기용한 삼성카드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BC카드 모델 김정은의 “여러분~ 부자 되세요!”의 협공 속에 존재감 없이 사라졌다.
그는 “슈퍼스타라고 광고효과가 다 좋은 건 아니었다. 게다가 운동선수는 리스크가 크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떠올렸다”며 “우리가 후원한 유망주나 비인기종목 선수들이 성공할 경우 그들과 함께 ‘윈-윈’ 스토리를 쓸 수 있고,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다할 수 있는 것이다”고 했다. 그때 눈에 띈 선수가 바로 고교 1년생인 김연아였다.
그는 “신문에서 김연아가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우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대한민국 선수가 피겨를? 그것도 우승을? 정말 신기했다”며 “참 똘똘하고 심지가 굳은 선수였다. 목동링크에서 새벽까지 CF를 찍었는데, 쉴 때는 스케이트화 벗고 마사지를 받으라고 해도 촬영이 다 끝난 후 하겠다며 12시간을 버티더라. 그 광고를 찍은 후 바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해 회사가 발칵 뒤집어졌다”고 회상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여자컬링 역시 KB금융과 후원계약을 한 직후 세계선수권 4강에 오르며 사상 첫 소치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김 팀장은 “훈련 환경이 열악했던 컬링은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느리게 경기가 진행돼 노출도 많이 될 뿐더러 ‘빙판위의 체스’로 불릴 만큼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이 금융사와 잘 맞았다”고 했다.
김 팀장은 “성공한 선수들에겐 공통점이 있더라. 자기가 하는 걸 정말 좋아하고 즐길 줄 안다. 즉 목표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또 단순히 기계적인 반복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고, 강단이 있는 선수들이다”고 했다.
내년에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가면서 실무에 이론까지 겸비하고 싶다는 김진영 팀장은 “KB금융의 철학이 ‘시우(時雨) 금융’이다. 정말 필요한 때 내리는 단비처럼, 스포츠마케팅도 정말 후원이 절실한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려고 한다. 브랜드 컨셉트에 맞고 가능한 한도 내에서 그런 선수들을 계속 찾을 계획이다”고 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