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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통령 당선 1년>잘못된 관행과의 전쟁...극명하게 갈리는 명과 암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솔직히 저는 이런 비리들이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원전비리를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과거와의 전쟁 ▷잘못된 관행과의 싸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지난 1년간 국정여정의 서막이었다. ‘박근혜의 전쟁’은 진행형이다. “이제 첫 발걸음을 뗏을 뿐”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향후 4년의 가늠자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전쟁 플랜은 지난 6월부터 본격 가동됐다. 박 대통령은 이튿날인 12일 국무회의에서 “새정부 지향은 공정하고 바르게 원칙대로 하는 것”이라며 원전비리, 고의적ㆍ상습적 세금 포탈,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를 강도 높게 성토했다. ”앞으로 원전부터 시작해 과거부터 쌓여온 국민들의 불신을 과감하게 혁신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과거 잘못된 관행과의 싸움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박근혜표 전쟁’엔 감사원은 물론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국내 사정기관이 총동원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는 ‘박근혜표 전쟁’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최근엔 국무조정실과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비정상 ▷국민정서와 상식에 어긋나는 비정상 ▷고질적 비리와 부정부패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낡은 제도 등 총 80개의 비정상 개선 과제도 선정했다. 어린이집 보조금 등 각종 정부 지원금 부정수급 부터 민간인에 대한 추징금 집행, 임금체불 등 전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 총망라됐다.

특히 ‘박근혜표 전쟁’은 조용하지만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대적인 선전 구호도 없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잘못된 관행을 뜯어 고치기 위한 기초작업을 한 것이다. 하루 아침에 뜯어 고칠 수 있겠냐”며 “또 요란스럽게 한다고 해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과 원칙, 그리고 이에대한 강한 의지와 실천이 문제다”고 말했다. 장황하고 요란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여기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달리 취임 후 지금까지 한 차례의 기자회견을 갖지 않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청와대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10월께에 실무진에서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건의를 올린 적이 있었지만 (대통령께서) 워낙에 겉으로 드러내서 하시는 것을 싫어하시다 보니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한 54% 중 절반 가량인 46%가 ‘주관과 소신이 있다' ’시끄럽지 않다'와 같은 박 대통령의 태도와 업무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박근혜표 전쟁’은 한국사회에 그림자도 남겨 놓고 있다.

우선 잘못된 관행과의 싸움에서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식 화법’은 불필요한 갈등만 쌓이게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역대 정부” “이전 정부”와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화법을 보면 나는 잘못 없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점을 유독 강조한다”며 “이같은 화법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반감만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관계자도 “요란스럽게 나서서 하지 않는 것은 좋지만 정치란 때로는 쇼맨십도 필요하다”며 “그래야 국민들도 변화되는 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데, 정부에선 한다고 하지만 일부에선 한게 뭐 있냐고 하는 것도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과거 잘못된 관행을 뜯어 고치는 것은 국정의 우선순위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필수조건인데 너무 작고 세세한 것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며 “또 이들 문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과제들인데 지금처럼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여서는 오히려 갈등만 양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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