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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황의 법칙’ 황창규, KT의 소방수 될까

“어려운 시기 막중한 업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KT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T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낙점된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의 첫마디다. 그는 내년 1월 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치면 KT의 CEO로 확정된다.

두 달째 경영 공백 상태인 KT의 새 수장이 된 황 후보자의 소감에는 당장 그가 풀어야 할 숙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려운 시기’, ‘막중한 업무’, ‘경영 정상화’ 모두가 그에게 주어진 임무다. KT의 CEO 추천위원회가 4명의 후보 중 황 후보자를 최종 지목한 것도 KT의 경영을 본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을 역임하며 지금의 삼성전자가 IT 분야 정상에 오르는 데 초석을 다졌다. 특히 ‘IT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1위에 올리는 공을 세웠다.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세상에 알리며 황창규 이름 석자가 브랜드가 됐다. 삼성전자 사장 시절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를 만나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의 저장 장치로 삼성 플래시 메모리를 채택하게 할 정도로 사업가적 수완도 갖췄다.

황 후보자 역시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 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ICT(정보통신기술)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를 보는 세간의 시선은 통신인보다는 아직까지 반도체인에 가깝다. 네트워크를 넘어 플랫폼과 콘텐츠로 영역을 넓혀가는 통신 시장에서 부품 영역에 집중했던 황 후보자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지 반신반의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국내에서 적수가 없었던 삼성 시절과 달리 현재 KT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낀 2위 사업자다. KT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12개월째 1600만명대에 머물고 있고, 2010년 2조원을 넘던 영업이익은 반토막 수준이 됐다.

오너 경영이라는 구심점이 있었던 삼성전자와 달리 여러 계파로 나눠진 KT 조직문화를 통일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석채 전 회장이 지난 4년간 KT를 지휘했던 탓에 이 전 회장의 손때가 아직 여러 군데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황 후보자가 KT의 숙명처럼 이어져온 정권 입김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지가 관건이다. 이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동향(부산) 출신에 막역한 관계로 알려지면서 어느 정도 코드가 통하는 인물로도 평가되고 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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