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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곳곳 인명피해 · 탈선…“파업 장기화땐 더 큰 사고 두렵다”
시민들 ‘사고철’ 불안감 확산…본보기자 현장르포
안전문·열차 간격 어긋남은 기본
곳곳서 운행정지·배차시간 오류…

철도대학 재학생 238명 대체투입
100시간 실습·훈련 거쳤는지 의문

4호선 80대 사망사고 뉴스에 경악
노조관계자 “대체인력 당장 중단을”




“시민의 발이라는 지하철에서 사망 사고가 말이 됩니까. 파업이 장기화되면 더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경기도 일산에서 안국역까지, 매일 출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회사원 서모(38ㆍ여) 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대체인력이 투입돼 운행하던 열차에서 출입문 조작 미숙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서울 연신내에서 청량리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는 백종현(47) 씨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시작된 뒤 지하철 차량 운전자인 기관사의 미숙함을 경험하는 때가 많다. 출입문 개폐시간을 못 맞추고, 앞 뒤 차량과 간격을 못 맞춰 가다 서다를 자주하는 편”이라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교대역에서 만난 차모(49) 씨는 “이러다 큰 사고라도 터지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서로 자기 주장만 펴면서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있는데, 이젠 회사와 노조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견을 좁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사갈등이 심각한데 정부가 중재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안일한 태도 아니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회사원 정모(25ㆍ여) 씨는 “서울지하철도 곧 파업을 한다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다. 대체인력으로 대학생이 투입된 차량에서 사고가 발생해 사망한 사람이 나왔다는데, 불안해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철도 파업이 일주일을 넘어 장기전에 돌입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 15일 오후 9시께 서울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오이도 방면으로 운행하던 지하철에서 하차하던 A(84ㆍ여) 씨가 발이 문에 끼인 채로 끌려가다 사망하는 사고가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특히 이날 사고 전동차의 출입문 개폐 조작을 담당한 승무원이 대체 투입된 철도대학 재학생으로 확인되면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코레일 측은 “시스템상 문이 10㎜만 열려도 열차가 출발할 수 없다. 점검 결과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발이 아닌 옷자락 등이 끼어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폐쇄회로(CC)TV 화면에도 사고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아 경찰과 사고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레일은 철도대학 재학생 238명을 전동열차 승무원 대체 인력으로 투입해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당시 “한 해 80시간 이상 실습교육을 받은 학생들이고 기관사가 아닌 승무원 인력이라 큰 문제는 없다”면서 “이들 인력을 뺄 경우 열차 운행에 더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철도노조 관계자는 “차장 업무는 원래 5년 이상 경력자만 맡을 수 있었는데 현재 조건이 완화돼 100시간 실습과 훈련을 거치면 차장 업무가 가능하다”며 “워낙 졸속 투입이라 100시간 교육도 거쳤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앞서 대체인력이 투입된 코레일 소속 열차가 탈선하거나 멈춰서는 사고가 곳곳에서 터지며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인명사고 발생 전 14일까지 정식 접수된 수도권 전철 고장 건수는 13건에 이른다.

지난 14일 오전에는 청량리역을 출발한 인천행 1호선 열차가 제기역에 진입하기 전 멈춰 한 시간가량 지연 운행되기도 했다. 또 13일 오전 6시4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에서 코레일 전동차 열차 2량이 탈선했지만 회송 중인 열차로 탑승객이 없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대체인력 투입을 당장 중단하고 필수유지 인력으로 운행을 해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대체인력 투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팀/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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