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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학생의 절규 “카톡 울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아요”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카톡~카톡~’ 카카오톡 알람이 울릴 때마다 중학교 3학년 김승호(가명ㆍ15) 군은 심장이 멎을 것 같다.

중1 때부터 ‘절친’으로 지냈던 친구가 지난 4월부터 갑자기 ‘악마’로 돌변했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욕설 문자가 날라왔다. 김 군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지’ 친구에게 화도 내고 따져도 보고 때론 사과도 하고 빌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매번 “네가 너무 나대서…”라는 답변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낼 올 때 빼빼로 2개 사와라. 안 사오면 죽는다.” 괴롭힘은 갈취로도 이어졌다. 또 언제부턴가 김 군의 카카오스토리에는 집단적으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젠 친구들이 단체로 등을 돌리고 있었다.

폭력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았다. 김 군에겐 숨을 곳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었다. 입맛도 잃고 책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불면증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렇게 김 군은 서서히 무너져갔다. 사이버폭력의 고통은 현실로도 이어졌다. “불안해요. 친구들이 날 험담하는 것 같고, 어디서 주먹이 날아올 것만 같고….”

밤이 돼도 잠들 수가 없었다. 누울 때마다 악마 같은 밤이 ‘죽음’을 속삭였다. “포기하고 싶어요. 죽고 싶단 생각을 1000번 이상은 한 것 같아요.”

지난 2011년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정부는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과거의 유형화된 폭력에 초점이 맞춰져 실효성이 없단 지적이 나온다. 가해학생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모(당시 14세) 군에게 인터넷게임을 대신하게 해 캐릭터를 키우게 만들고,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협박하는 등 사이버폭력 양상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학교폭력은 직접 때리고 괴롭히는 등 물리적 폭력이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사이버폭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제 최근 교육부의 ‘201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7만7000명으로 전체 학생의 1.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차 조사 때 12.3%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반면 사이버폭력은 올해 1차 조사 때 9.1%에서 2 차 조사 때 9.7%로 증가했다.

또 열린의사회가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학교폭력 상담프로그램 ‘상다미쌤’을 통해 청소년 1만6236명을 상담한 결과 심한 욕설ㆍ놀림ㆍ협박으로 인한 상담 건수는 2619건에 달했다. 집단 따돌림은 1978건, 사이버 괴롭힘은 295건에 달했다. 열린의사회 관계자는 “사이버 괴롭힘은 오로지 사이버 공간에서만 폭력을 집계한 것이고, 심한 욕설ㆍ놀림ㆍ협박ㆍ집단 따돌림은 온ㆍ오프라인에서의 폭력이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욕설과 협박 등 학교폭력은 사이버공간에서 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열린의사회가 운영하는 사이버폭력 상담프로그램인 ‘상다미쌤’을 통해 접수된 학교폭력 상담 내용.

하지만 사이버폭력에 대한 신고와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교육부 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신고돼 조치를 받은 폭력 유형 중 사이버 폭력에 해당하는 경우는 전체의 2.9%에 그쳤다.

서울 시내 한 중학교 교사는 “프라이버시 탓에 사이버폭력은 감시도 어렵고 물리적 폭력에 비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결국 어른들의 무관심과 안이한 인식이 사이버폭력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헤럴드경제는 도를 넘고 있는 사이버 학교폭력(학폭)의 실태를 집중 조명해 심각성을 일깨우고, 사이버 학폭 근절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12편에 걸쳐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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