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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發 초대형 컨선의 위협…국내조선‘고지 사수작전’
中, 세계최대 1만8000TEU급 3척 수주
한국 글로벌시장 독주체제에 도전장
능력 검증안돼 납기내 인도 여부 관심
기술력 앞선 한국 “우려 수준 아니다”


한국 조선업체의 독무대였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최대 국영조선그룹 중국선박공업집단(CSSC) 산하의 상하이외고교조선소(SWS)는 중국 조선업체 중 최초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건조 계약을 수주했다.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은 현재 세계에서 발주된 컨테이너선 중 가장 큰 규모로, 이제까지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를 ‘싹쓸이’해왔다. 물론 국내 업체가 기술력이나 시장 신뢰도 면에서 중국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이에 관련 최고 기술력을 갖춘 대우조선해양 등은 중국이 한 발짝 뛰면, 두 발짝 더 뛰겠다는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13일 외신과 CSSC에 따르면 SWS는 자사 그룹 계열사인 ‘홍콩 CSSC Shipping’으로부터 지난 7월 수주한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의 건조계약을 최근 1만8000TEU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이 선박은 20피트 단위 컨테이너를 1만8000개 실을 수 있으며 길이 399m, 폭 54m, 높이 30.2m의 초대형 규모다. 선가는 척당 1억3000만달러(약 1366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WS는 수주한 3척 중 1척은 직접 건조하고 나머지 2척은 계열사인 장난창싱중공업에 건조를 맡길 계획이다.

SWS는 내년 초부터 건조를 시작해 2015년 9월부터 선박을 인도할 예정이다. 이 선박은 ‘홍콩 CSSC Shipping’에 인도된 후 글로벌 선사인 CMA-CGM의 장기용선으로 쓰일 예정이다.

같은 그룹 내 선사와 조선사 간의 계약 체결이지만 중국 조선업체가 한국 ‘텃밭’이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체로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머스크, MSC와 더불어 글로벌 선사 ‘빅3’에 꼽히는 CMA-CGM이 중국 업체가 건조한 선박을 사용하게 되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대형 컨테이너선.

중국은 이제까지 가격경쟁력으로 조선 시장에서 한국을 무섭게 추격해왔다. 하지만 기술력이 떨어지고 납품기한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등 시장 신뢰도 면에서 한국에 크게 뒤처졌다. 2011년 처음 발주가 이뤄진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이런 이유로 지난 2년간 한국 조선업체에 수주가 몰렸다.

“이제까지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크기의 선박이기 때문에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검증된 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게 국내외 조선업계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글로벌 선사 및 오일메이저업체가 발주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36척(옵션 불포함) 모두 대우조선해양(26척)과 현대중공업(10척)이 수주했다.

국내 업체들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중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주도 중요하지만 과연 중국이 납기 안에 이 선박을 인도할 수 있을지 관심도 쏠린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1만8000TEU급을 건조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수주보다는 납기 안에 인도가 가능할지를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며 “중국은 수주를 해놓고도 인도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선사들이 나중에 가격을 깎는 일도 비일비재한데, 아마 CMA-CGM이 가격 때문에 중국에 발주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이 이런 글로벌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어떤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든 연비가 나와 줘야 한다. 분명 CMA-CGM도 중국 업체에 연비 개선 등 에코십과 관련한 요구를 했을 텐데 과연 선주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이미 1만8000TEU급 선박을 인도하는 등 이미 관련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조선업체들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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