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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글사랑, 진한 묵향에 담다
서예가 임천 이화자 개인전
단아한 서체는 성품이 고운 규방 규수를 떠올리게 한다. 세로로 조르륵 열 맞춘 정갈한 글씨는 한자 한자 쉬엄쉬엄 읽으라고 권한다. 읽는 속도를 늦추자 글의 향기가 진하게 다가온다. 평생 한글을 써온 임천 이화자(69·사진) 서예가가 2004년 개인전 이후 10년간의 준비 끝에 다시 한 번 개인전을 한다. 총 130여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현재 김&장법률사무소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임수 전 대법관의 부인인 임천 이화자는 중학생 때 서예를 시작했다. 5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붓으로 한글을 쓰는 데에 보낸 셈이다. 이미경ㆍ조종숙ㆍ김진화ㆍ김단희ㆍ박원규 선생으로부터 사사했다. 임천의 작품은 대부분 궁체인데, 정자와 흘림체의 변주가 단정하고 우아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2010년엔 ‘대한민국 한글서예상’을 수상, 궁체의 전통을 잇는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작가는 개막식에서 “어릴 적, 나비를 잡으러 나가면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듯이, 제가 느끼는 궁체가 그러하다”며 궁체의 고요하고 소박한 매력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130여점의 작품은 김영랑ㆍ박목월 시인의 시, 성서 구절, 관동별곡ㆍ사미인곡 등 옛 시조, 편지글, 찬송가 등 고전과 현대를 넘나든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고 심지어 학창 시절엔 암송했을 법한 익숙하지만 잊고 살았던 글귀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궁체의 전통을 잇는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 꼽히는 임천 이화자의 개인전이 오는 18일까지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린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또한 글의 성격에 따라 궁체 정자, 궁체 흘림, 고딕 등 서체가 달라진다. 수십번 수백번 글을 곱씹어보고 그에 가장 걸맞은 옷을 입혀낸 것이다. 특히 병풍 몇 폭에 달하는 ‘관동별곡’은 흐트러진 글자 하나 없이 반듯해, 장인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자 한자 묵향을 친구 삼아 명상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글씨를 따라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정갈해진다. 눈 내리는 겨울 한 번쯤 찾아보면 좋을 전시다. 관람은 무료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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