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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한자 22개로 본 동양의 사상과 문화...‘한자의 모험'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자연을 보고 느끼며 그 느낌과 생각을 담아내고자 했던 상고인들의 최초 문자는 인간을 이해하는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 상형문자인 한자의 한 획 한 획의 깊이에 매료돼 그 아득한 세계를 파고든 고전 연구가 윤성훈의 ‘한자의 모험’(비아북)은 일견 한자풀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양문화의 근저에 다다르는 탐색과정이다.

‘동아시아를 움직인 22자 그 종횡무진 연대기’란 부제에 걸맞게 글자 한 자가 어디서 유래했으며, 어떻게 쓰이고 확장됐는지 파생되는 이야기는 깊고 넓다.

봄 ‘춘(春)’자는 원래 초(艸) 아래에 어려울 준(屯)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 해를 뜻하는 날 일(日)이 그 원형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어려울 준(屯). 저자는 ‘주역’으로 가지치기를 하며 세 번쩨 괘의 이름인 세상의 어려움을 뜻하는 준 괘의 의미를 풀이해 나간다. 봄 춘(春)에는 술의 뜻도 있다. ‘산사춘’은 산사나무 열매로 빚은 술로, 고급술 이름에 ‘춘’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당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술이 완성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인고의 겨울을 견딘 후 봄이 오는 이치와 같다.

죽일 ‘살(殺)’자에는 나무 목(木)위에 찍힌 점 하나가 고대로 들어가는 비밀통로다. 중국 간화자를 보면 오른쪽 방이 빠져 있다. 따라서 글자의 의미는 ‘털 긴 짐승’을 뜻하는 왼쪽 글자에 있다. 이 글자는 후대에 다른 형태와 음을 갖게 되는데, 재앙이나 나쁜 일을 뜻하는 ‘빌미 수’자로 쓰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앙을 털 긴 짐승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저자는 털 긴 짐승을 부르는 ‘호저’ ‘산미치광이’ ‘야마아라시’ 등 여러 말의 의미도 찾아 나선다.

거북의 등딱지에 쓰여 왕과 신(하늘)의 대화였던 갑골문에서 시작된 한자가 왕과 신하의 소통의 도구로 변하며 한자의 기호화가 완성된 건 진시황 때다. 저자는 이 기호의 시원과 문화적 변용을 두루 오가며 우리의 지식과 사고, 문화와 제도를 이루는 구조물을 22개의 글자를 통해 보여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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