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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위험투자 원천차단…월가 “지나친 규제” 반발
美금융당국 ‘볼커룰’ 최종승인 파장
감독기관만 5곳…실효성은 의문


미국의 5개 금융감독 당국이 대형 은행들의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이른바 ‘볼커룰’을 10일(현지시간) 최종 승인함에 따라 은행 규제가 대폭 강화된 새로운 틀이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 500억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들은 오는 2015년 7월까지 볼커룰을 완전히 준수해야 하며, 나머지 은행들도 2016년부터는 지켜야 한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수급불균 형에 따른 주가 급등락으로 선의의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것을 방지하는 관행인 ‘시장조성’(market-making)을 위한 자기자본거래는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월가는 지나친 규제로 금융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위험 투자 원천 차단=볼커룰은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프랍트레이딩)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은행이 고유자금으로 투기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프랍 거래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은행 몫이 된다. JP모간이 작년 한 펀드매니저의 판단 착오로 62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대형 은행들은 당장 내년부터 이사진과 경영진이 승인하는 ‘자율준수프로그램’을 만들어 규정 이행 상황을 규제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동시에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서면으로 이를 확인해야 한다. 위장 프랍거래를 하다가 걸리면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다.

다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헤지거래,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 조성 거래 등은 예외적으로 자기자본 거래를 허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제 우리 금융시스템은 더 안전해졌고, 미국 국민은 더 안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도 “볼커룰은 은행이 만드는 위험에서 납세자들을 보호하는 식으로 금융시장의 관행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가 반발 확산=블룸버그TV는 볼커룰 시행으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등 자기자본 거래 비중이 높은 은행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조사업체 그레이엄피셔앤코의 조시 로스너 이사는 블룸버그TV의 ‘스트리트스마트’에 출연해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의 매출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목했다. 두 은행은 볼커룰이 시행될 경우 올해 자기자본 거래 매출의 30% 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JP모간은 자기자본 거래 매출 20%를 잃을 것으로 추산됐다. BOA와 시티그룹도 약 10%의 매출 손실이 예상됐다.

이에 월가는 볼커룰이 지나친 규제를 담고 있어 금융산업이 위 축될 수 있는데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통상적인 거래 과정에서 자기자본거래를 구별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볼커룰의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해 5개 금융감독 당국이 어떻게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당국이 은행의 위험한 거래 행태를 막기위한 볼커룰이 나왔지만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WSJ는 다섯 개 감독기관이 볼커룰에 참여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적어도 세 곳의 감독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돼 어떤 거래나 활동이 규칙을 어기는 것인지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할 것으로 진단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판 볼커룰’인 ‘링펜스 법안’이 지난 7월 통과돼 시행에 들어갔지만 효과는 적었다고 전했다. 에르키 리카넨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의 권고로 추진된 링펜스 법은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 초단타거래, 파생상품 거래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FT는 대형은행들이 링펜스 법을 악용해 이름만 바꾼 자기자본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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