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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사자성어로 본 임원의 ‘빛과 그림자’ 인생…입신양명+과유불급+후생가외+사고무인
-‘1% 룰’ 적용되는 올라가기 힘든 자리 ‘고진감래’

-‘임시직’ 굴레 속 은퇴하면 사람 없어 ‘사고무인’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기업 임직원 중 1% 남짓 밖에 안 되는 임원, 말 그대로 ‘하늘의 별’이라 할 만 하다.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자리, 어쩌면 운과 결합해야 얻어지는 자리다.

기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동경하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임원. 직(職)에 수반되는 각종 지위와 금력(金力)만 보면, 언뜻 이들에게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임원에게도 마냥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임시직원이라는 자조섞인 말에서 보여지듯 ‘그림자’도 같이 존재하기에 임원이 된 순간부터 이들의 인생이 마냥 무지개라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이들의 인생은 상전벽해(桑田碧海) 등의 사자성어와 닮았다. 평사원이 임원까지 승진하기까지는 평균 2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리니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할 만하고, 높아질수록 더 높게 뛰어야 하는 시발노마(施撥勞馬) 인생들이다. 임원의 ‘빛과 그림자’ 삶을 사자성어로 정리해본다.

▶명(明), 고진감래+입신양명(立身揚名) 그리고 과유불급(過猶不及)=임원이 된다는 것은 ‘고진감래’다. 오랜 고생 끝의 낙이다. 임원이 될 확률은 대개 1%다. 이에 임원이 되는 공식은 ‘1%룰’이라는 말이 뒤따른다.

임원이 됐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기도 하다. 신문 지면 인사 란에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떡하니 박힌다. 출세를 위해 달려왔던 지난 세월을 한 번에 보상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난온 세월의 눈물은 영광의 상처가 된다. 특히 선택받은 ‘1%’로서 기업은 물론 부하 직원들로부터 그 신망과 명예를 존중받는다. ‘몸을 세우고 이름을 떨친다’는 입신양명의 뜻과 맞아 떨어진다.

임원이 된 뒤에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움켜쥐게 된다. 초임 상무(상무보)라고 해도 최소 연봉 1억5000만∼2억원(세전)은 보장받는다. 말 그대로 몸값이 수직 상승하는 것이다. 그 전에 받는 임금에 비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임원이 되면 자연스럽게 품위가 높아지는 덤을 얻게 된다. 본인이 수모를 겪을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은 자리에 따른 위상 상승 효과를 얻게 된다. 이 때부터 중용의 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처신하고 최고경영층의 경영철학을 수용하면서, 일선 지휘 현장에 그 전략을 실행 접목하는 데 있어서 중용은 가장 위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선배 임원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원이 된 순간 대부분 과유불급이라는 단어에 대해 재음미하곤 한다.

10대그룹 임원은 “임원이 된다는 것은 영광이기도 하고, 가슴을 늘 묵직하게 누르는 책임감 그 자체”라며 “지나온 회사 생활을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했다.

▶암(暗), 후생가외(後生可畏)ㆍ시발노마ㆍ사고무인(四顧無人)=“임원요? 임시 직원의 준말입니다.”(4대그룹 임원)

이 말의 행간은 간단치 않다. 임원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태까지 보다도 더욱 치열한 전투의 최전선에 서는 것이다. 모든 것은 성과로 말하는 자리다. 실제 임원은 해마다 연봉 계약을 통해 회사로부터 고용을 연장받는 일종의 계약직으로, ‘구조조정 0순위’이기도 하다.

기업별로 임원 자리가 한정된 만큼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경쟁에서 밀려나면 말 그대로 ‘아웃’된다.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100명이 새로 상무가 된다면 그와 비슷한 수의 임원이 회사를 떠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해마다 기업 인사가 집중된 12월은 누군가가 ‘별’을 다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가슴에서 ‘별’을 떼어내야 하는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나중에 오는 후배일수록 더 두려워할 만 하다’는 후생가외라는 말은 임원의 두려움을 잘 표현해준다.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전쟁터에서 좋은 성적표를 내기 위해 임원은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인사 시즌이 오면 불면증, 두통 같은 이른바 ‘임원병’을 앓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경주마처럼 뛰고 또 뛰어야 하는 시발노마는 임원의 숙명이기도 하다.

사고무인은 임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임원의 치열한 삶에 치이다보면 정작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것들을 등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상무로 승진한 한 대기업 임원은 “지난해 한창 고3 짜리 아들이 대학입시 수시모집 원서를 쓰고 있었는데, 나는 이 사실을 원서 쓰기 이틀 전에야 알았다”며 “지금도 그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고 털어놨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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