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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반짝 반짝 빛나지만, 내일은 알수 없는 4대그룹 임원
[헤럴드경제=신상윤ㆍ홍승완ㆍ신동윤 기자] 재계의 중심에 서 있는 4대그룹의 임원 자리는 샐러리맨들이 꿈꾸는 정점이다. 수 백에서 수 천명의 부하직원들을 이끌고 사업 일선을 진두지휘하는 자리인만큼, 차량부터 사무실, 의료지원 등까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이 주어진다. 물론 공짜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한 몸을 바쳐야 하는 자리다.

▶임원의 상징 ‘고급차’=임원이 되면 가장 먼저 ‘격세지감’을 느끼는 대목이 차량이다. 중대형 이상의 고급차량과 기사가 지원되고 회사에 전용 주차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에 더이상 ‘뚜벅이’ 출퇴근 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

삼성그룹의 경우 사장급은 배기량 5000cc 미만의 차 중 원하는 모델을 골라 탈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에쿠스 500이 가장 선호되지만 본인이 원할 경우 5000cc 이상 수입차종도 가능하다. 추가 비용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사장이 워낙 많은 삼성이다 보니 실제로 ‘사장보다 높은’ 부회장들은 수입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벤츠와 BMW 등을 이용한다. 사장 이하로는 직급별로 배기량이 정해진다. 부사장은 4000cc, 전무는 3500cc, 상무는 2400cc미만 차량을 회사에서 제공받는다. 운전기사 지원은 전무부터다.

다른 그룹도 비슷하다. LG그룹도 사장은 5000cc이하, 부사장은 4000cc이하, 전무는 3500cc, 상무는 3000cc 이하의 차량이 제공된다. 사장 부사장급에서는 에쿠스가, 전무는 제네시스와 K9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무는 그랜저를 많이 이용한다.

SK도 비슷하지만 선호 차종이 다소 차이가 있다. 부사장과 전무는 제네시스 380을, 상무는 알페온이나 K7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는 설명이다.

눈에 띄는 것은 오히려 현대차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지만 부사장급은 돼야 회사에서 차량이 지원된다. 임원일수록 자사제품을 더 많이 구입하라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대신 임원들이 차량을 구입할 때 임원들에겐 많은 할인혜택이 주어진다는 귀띔이다. 

사무환경도 변한다. 임원이 되면 대부분 개인 사무실이 제공된다. 개별 사무실에는 대부분 ‘좋은’ 책상과 사무용 의자가 제공된다. 책꽂이, DVD, 문서분쇄기 등도 따라 붙는다. 그룹장의 경우는 간소한 회의가 가능한 공간이 방 한켠에 마련되기도 한다.

다만 삼성의 경우는 임원숫자가 많고, 열려있는 사무공간을 지향하는 탓에 상무가 돼도 방은 제공되지 않는다. 칸막이가 쳐진 별도 공간이 주어진다. 상무급에도 비서가 제공되지만 전담은 아니다. 한 사람의 비서가 여러 상무의 일정을 챙긴다. 전무는 돼야 전담비서가 붙는다.

▶특급호텔, 비즈니스석, 회장님시계… 이맛에 임원한다=입원에 대한 지원은 사무실을 떠났을때도 이뤄진다. 업무지원 차원에서 법인골프장 회원권과 경조사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가 주어진다. 본인과 배우자에게 최고 수준의 건강검진권도 제공된다.

해외 출장 시에는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된다. 사장 이상은 퍼스트 클래스다. 해외 숙박시에는 특급호텔에 묵을 수 있다. 때문에 자주 방문해야하는 지역에는 그룹별로 단골호텔들이 있다. 예컨데 라스베이거스의 W호텔이나 P호텔 등은 삼성, LG등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단골 숙박지다.

대신 게으름은 용납되지 않는다. 임원이 되면 교육도 많아진다. 인적개발 차원이다. 당장 승진 직후에 임원 교육을 받는다. 삼성은 용인의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현대차는 용인 마북, 오산, 천안 등의 그룹연수원에서 임원교육이 진행된다. LG는 인화원, SK는 역시 용인의 SK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다. 임원으로서의 자세 등 소양교육에서부터, 회사의 경영원칙과 세세한 현안들을 배우게 되는 자리다.

교육을 받고 나면 대부분 승진 축하를 받는다. 회장이 주관하는 부부동반 만찬 등에 초대된다. 이자리에서 승진축하 선물이 주어지기도 한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 명의로 커플 시계를 승진 선물로 받는다.

2011년까지는 거의 20년간 독일의 ‘롤라이(Rollei)’사의 시계가 선물로 주어졌지만, 판매권을 가진 SWC(옛 삼성시계)가 판매를 중지한 후 지난해에는 스위스 업체인 ‘하스앤씨(Hass & Cie)’의 시계로 대체됐다. 올해 들어서는 다시 스위스산 몽블랑 손목시계로 바뀌었다.

남자 임원들의 경우 배우자를 위한 고급 의류상품권, 화환, 고급 식기세트, 액서서리 등이 선물로 주어지기도 한다. 남편을 365일 회사가 ‘빼앗은 데’ 대한 보답이다.

▶지금은 화려해도 내일은?=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역시 연봉이다. 보직별로 차이가 있지만 당장 상무가 되면 부장때에 비해 평균 2배 가량 임금이 높아진다. 이같은 구조는 위로 갈수록 뚜렷하다. 같은 임원이지만 전무와 상무의 연봉 격차는 상당하다. 임원들만 받게 되는 장기성과 수당 등도 따라붙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의 경우 전무를 하면 노후 대책이 끝나고, 사장을 하면 자식 세대의 노후 대책까지 끝난다는 우수갯 소리도 있다. 그만큼 임원 대우가 파격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임원 자리에 오르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임원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입사동기 100명 중 1명만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SK는 이보다 더 적은 0.9%에 불과하고, 현대차는 직원 6만2000여명에 임원수는 250명으로 0.5%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진다. 임원을 다는 순간 ‘계약직’이 된다. 승진과 함께 소속 회사를 퇴사한 후 퇴직금 정산이 이뤄지고 재입사하는 형식으로 연봉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대부분 1년 단위로 4대그룹 가운데에서는 LG정도만이 2년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이는 고난의 시작임을 뜻한다. 책임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에 한시도 회사일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회의와 보고 등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주말이건 새벽이건 뛰쳐 나가야할 일도 부지기수다. 친구 만나기도 쉽지 않다.

모 그룹 임원은 “임원이 되고 나서 몇년간의 수입이 그전 20여년간의 총 수입보다 많아졌지만 올 한해 집에서 잠잔 시간이 부장시절의 절반 밖에 되지 않더라”면서 “회사에서는 빛나지만 회사 밖에서는 외롭기도 한 자리”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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