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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승진 No, 정년보장ㆍ여가활동 Yes…“난 임원 하지 않으렵니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한 시중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염 모 씨(55, 서울 중랑구). 그는 이른바 ‘만년 부장’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그는 입사 동기들은 물론이고 까마득한 후배들까지도 다들 한 번 쯤 거쳐갔다는 지점장을 여태껏 하지 않고 있다. 먼저 승진한 동기들이 자녀들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으로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에 먼저 퇴사해 고생하는 것을 보며 그는 승진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2012년 희망퇴직 대상자로 분류돼 집과 멀리 떨어진 지방 지점으로 좌천됐지만 묵묵히 버텨내며 자리를 지켰다. 지금 이런 그에게 남은 목표는 무사히 정년 퇴직까지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2년차 사원 조 모 씨(27, 서울 송파구). 그는 업무가 끝난 뒤 회사 동료들과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승진을 위해 영어학원을 다니고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과는 달리 여가활동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다. “빠른 승진을 통해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될 경우 퇴사 역시 빨라져 훗날 생활이 불안정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그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보다는 비록 사회적인 성취는 적지만 마음이 편안한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최근 이처럼 승진을 통해 임원 자리에 오르기보다는 여가를 즐기며 자기 자신의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왜 출세의 상징인 ‘별'(임원) 자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까.

이들이 승진을 포기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바로 임원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하면서도 큰 책임이 주어지지 않는 일을 담당하며 정년까지 ‘길고 가늘게’ 회사 생활을 이어나가려는 것. 한 전직 임원은 “임원은 높은 연봉을 받고 차량 제공 및 개인 공간 배정 등의 혜택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실상 계약직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생존 경쟁이며 단 한번의 실수로도 큰 책임을 져야하기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요인과 함께 경제적인 요인 역시 승진을 포기하는 큰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2~3년 정도 임원을 하고 물러나는 것보다 부장으로 정년을 채우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금융 관련 단체의 경우, 일부 부장들이 임원을 달지 않기 위해 줄을 대는 사례도 있었다. ‘역(逆) 인사 민원이다. 임원을 달 경우 정권 교체기마다 자리가 위태로와 지는 데다, 각종 수당 등이 줄어 임금 역전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젊은 사원이나 대리급의 승진 포기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예를 든 조 씨는 “임원 승진이란 불확실한 목표를 위해 삶의 여유 대부분을 포기하기보다 순간순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승진포기자가 많을수록 일선 기업들은 생산성 저하라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4년간 연봉이 30% 넘게 증가했지만 1인당 생산성은 10%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인력의 20%에 해당되는 승진포기자 문제가 해결되면 순익이 10% 가까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섯불리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다. 자칫 노조와 첨예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생산직 중 ‘만년 대리’에 머무는 사람 중에는 관리직 이하 직급에게만 유지되는 조합원 신분을 위해 승진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들과의 갈등을 피하면서 생산 효율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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