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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월급쟁이의 로망 ‘임원’, “누가 행복하다고 물으신다면…”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출세. 참 달콤한 말이다. 이 단어를 싫어하는 이가 있을까.

우리는 대부분 출세를 향해 달려왔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두메산골을 벗어나 도회지로 모두 이사를 한 것도, 힘든 농삿일로 갈라진 손등으로 내민 우리 부모의 돈과 봉제공장에서 어렵게 번 누나의 돈을 눈을 질끈 감으며 받으면서도 버스 표를 끊고 서울로 유학 온 것도 다 출세 때문이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각자 출세의 길은 같지 않았다. 율사로, 관료로, 정치인으로, 공무원으로 원하는 바는 사람마다 달랐다. 하지만 지향점은 하나였다. 바로 입신양명(立身揚名)이다.

기업에 들어왔다면 출세의 가늠자는 ‘임원’이다. 출세라는 게 주관적인 개념일 수는 있지만, 우리사회는 회사원이 대개 임원이 되면 출세한 것이고, 임원이 되지 못하면 그렇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너가(家) 사람이 아니라면 오랜 인고 끝에 얻을 수 있는 자리인 임원, 그래서 임원은 월급쟁이의 ‘로망’인 것이다.

실제 기업에서 임원이 되는 것과 임원이 되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별’로 불리는 임원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은 변한다.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임원이 되면 월급이 껑충 뛴다. 상무 3년이면 입사해서 부장때까지의 월급보다도 더 많이 챙길 수 있고, 전무 1년이면 상무 3년보다 더 많은 금액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이것만이 아니다. 임원이 되는 순간 대접이 달라진다. 승용차가 덤으로 나오고, 일부 기업에선 비서가 생기고, 골프를 칠 수 있으며, 가족 대상의 의료서비스 질이 한층 높아진다.

4대그룹 임원은 “임원이 되는 순간 모든 처우가 격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원으로서의 노력이 인정을 받고, 경영층에 입문했다는 자긍심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물론 이 기쁨을 맛보는 이는 소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신입 사원이 임원이 되는 기간은 입사 후 21년2개월이다. 21년 이상 죽어라고 일해야 임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확률은 더 낮다. 신입사원이 ‘별’이 될 확률은 0.8%다. 1000명 중 8명만 임원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임원 자리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 보니 매년 12월께 인사철만 되면 희비가 엇갈린다. 임원 승진자와 탈락자의 웃음과 울음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세상에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그렇다고 임원 승진자가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임원이 되는 순간, 그 책임감은 극에 달한다. 성적표에 대한 스트레스는 24시간 일상을 지배한다. 성과가 시원찮으면 얼마든지 ‘파리목숨’이 될 수 있다. 임원 스스로가 ‘임시 직원’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래서 가정보다는 회사와 조직이 먼저고, 올빼미족 감수는 물론 ‘월화수목금금금’족(族)으로 살아가야 한다. 변화관리, 리더십, 소통, 경영전략, 힐링, 인간 관계(relationship)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롭게 공부해야 하고, 최고경영진의 경영철학이 설령 자신의 그것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무조건 떠받들어야 하는 게 임원의 숙명이다.

“손이 게으른 사람은 가난하게 되고, 손이 부지런한 사람은 부유하게 된다.”

솔로몬 왕이 남긴 잠언이다. 임원이 되는 순간, 게으름은 용납되지 않는다. 잠언처럼 부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조직원의 아이디어를 유도하고, 혁신과 변화의 작업을 지휘하는 임원. 때론 보상의 달콤함을 거부하고 싶은 정도로 살을 에는 정진을 요하는 임원의 삶. 그들의 인생, 보람 있으면서도 동시에 각박한(?)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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