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보라매는 날고 싶다…
‘한국형 차세대 중형 전투기 사업’ 정권마다 재검토, 타당성도 들쭉날쭉…내년 개발비 100억 배정 또 불투명
4000시간 넘게 운용중인 F-4와 F-5
노후화 심각…기존 전투기 대체 시급

DJ “국산차세대 전투기 만들겠다” 선언
빈약한 기술력·최대 10조원 개발비 발목

찬성론자들 “전세계 중형 전투기 수요 커”
반대론자들 “수입하거나 조립생산 효율적”


10년 만에 모형기로 존재를 선보였던 보라매(KFX, 한국형 차세대 중형 전투기)가 또다시 서류 속으로 잠들 운명에 처했다. KFX의 최대 걸림돌이던 경제성이 재차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KFX사업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열고, 예상 개발비용은 8조원, 전력화 시점은 2024년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당초 국방부와 방사청이 경제성 타당 기준으로 꼽았던 개발비용 6조원보다 2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개발시점 역시 우리 군이 요구하는 F-4 및 F-5 퇴역 시점인 2017년을 만족시키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내년 예정됐던 초기 개발비 100억원의 배정도, 한국형 중형 전투기 보라매의 날갯짓도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KFX 사업의 좌절은 공군 전력의 공백을 의미한다. KFX 사업은 노후화된 F-4와 F-5를 대체할 중형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우리에게 ‘팬텀’이란 이름으로 더욱 익숙한 F-4는 1973년 도입됐으며 지금도 40여대가 운용 중이다. F-5는 1980년대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조립 생산됐다. 지금도 180여대가 운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비행기의 한계수명이다. 전체 우리나라 전투기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를 차지하는 이 두 기종의 상당수가 4000시간인 설계시간을 넘겨 운용 중이다.

그러다 보니 사건,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2000년 이후 F-4와 F-5는 20여 차례 추락 및 추돌 사고가 보고됐다. 사망한 조종사도 10명이 넘는다. 군은 이 같은 전투기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오는 2017년까지 120여대를 우리 손으로 만든 KFX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 중형 전투기 KFX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 주력 전투기인 F-15K보다는 다소 작고 소형 전투기 FA-50보다는 다소 큰 크기로, 쌍발 엔진에 10개의 미사일 또는 폭탄 장착이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국회에 KFX 개발에 향후 10년간 8조원이 들 것이라고 보고, 사업 타당성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KFX사업의 시작은 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국산 차세대 전투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 그 시초다. 이듬해 11월에는 합동참모본부가 국산 중형 전투기 도입을 장기 도입 과제로 결정하며 KFX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실천 단계에서 바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동안 외국 라이선스를 받아 조립생산만 해봤던 빈약한 기술력, 생산과는 별개로 개발에만 최소 6조원에서 최대 10조원이 들어가는 경제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03년과 2006년 한국국방연구원은 용역을 통해 ‘타당성 미흡’과 ‘타당성 미판단’ 판정을 내렸다. 한국개발연구원 역시 2008년 용역에서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반면 건국대 무기연구소는 2009년 공군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타당성 있음’으로, 또 지난해 12월 국방과학연구소도 ‘해볼 만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들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KFX사업 예산 역시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국회를 오가며 깎이고 늘어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해도 국방부는 ‘개발비 6조원, 19조원의 산업파급효과, 최대 700여대 수출 가능’이라는 국방과학연구소의 보고서를 근거로 100억원의 예산을 올렸지만 편성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소개한 KFX 청사진도 이 점에초점을 맞췄다. 미래 전장 환경을 고려해 쌍발엔진과 최첨단 전자장치, 그리고 부분적인 스텔스 기능까지 적용한다는 목표다. 앞서 T-50 국산화의 경험을 살려 KFX의 전체 국산화율도 6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KFX 개발에서 비행조종컴퓨터, 폭탄과 미사일 통합제어 시스템 등 33개 품목은 독자 개발로, 엔진과 레이더 등 49개 품목은 기술협력으로, 비상동력장치 등 26개 품목은 해외 직구입으로 할 경우 경제성과 기술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적으로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날개에 1만8000파운드급 엔진 2개를 달았다. 미사일과 폭탄을 양 날개와 본체 10곳에 달 수 있고, 이 중 4개는 적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게 기체 안으로 들어간다. 크기는 최근 우리가 도입한 F-15K, 그리고 자체 개발에 성공한 연습기 T-50의 중간 정도다.

그러나 KFX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측은 과연 우리가 F-15K 수준의 중형 전투기를 독자 개발, 생산할 수 있는가에 물음표를 찍었다. 최근 가장 낙관적인 보고서를 낸 국방과학연구소 안 기준으로도 개발에만 6조원, 양산에는 8조원이 들어가고, 그나마도 빨라야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국회 국방위 위원장은 “그나마 최근 보고에서 개발비도 2조원 이상 늘어났고 전략화 시기도 빨라야 2024년으로 나왔다”며 “이 정도 돈과, 또 노후화된 기존 전투기를 대체하는 것이 급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유사한 재원의 전투기를 수입하거나 라이선싱을 받아 국내에서 조립생산하는 것이 전력 강화에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자칫 성능은 20년 전 개발한 구형보다도 떨어지는 것을 두 배 넘는 가격으로 사야 하는 참극을 우려한 것이다.

반면 KFX 찬성론자들은 세계적으로 중형 전투기의 수요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12년 한 국방 데이터 업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미국과 러시아 등 자국 전투기가 있는 국가를 제외하고도 중형 전투기 수요는 3000대가 넘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시장을 주도할 만한 기종은 F-15나 라팔 등 오래된 전투기가 대부분이라 KFX의 경쟁력이 더욱 돋보인다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성을 넘어 기술적 가치에 더 높은 의미를 부여했다. 조진수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은 “해외 전투기를 개조 개발할 경우 기술 소유권 문제 등이 복잡해진다”며 “KFX는 국내 주도로 독자적인 형태의 전투기를 국제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