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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는 잡힌다” 악성사기범 쫓는 투캅스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사기전과 9범인 A(60) 씨는 지난 2004년 고향 후배 소개로 알게 된 B(69) 씨에게 사기 칠 요량으로 접근했다. 이어 2007년 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경기 양평군에 서울지하철 1호선 국철역이 들어서는데, 역 주변 부동산을 매입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부동산을 싼값에 매입해 줄테니 대금을 달라”고 B 씨를 속여 7억1000만원을 가로챘다.

A 씨는 이런 수법으로 1년6개월간 1회당 95만원부터 6000만원까지 45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돈을 받아냈다.

A 씨는 2010년 2월께 고소를 당했고 이후 A 씨는 자취를 감췄다. 결국 같은해 4월께 A 씨 사건은 기소중지됐고, A 씨는 장기도주 수배자로 영영 잡히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3년7개월 후인 지난달 11일 서울 성동경찰서 악성사기범검거전담팀(악성사기팀)에서 A 씨를 다액 장기도주 수배자로 선정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채 한달이 지나지 않은 이달 3일 그의 행방을 찾아냈다.

신이식(52) 악성사기팀장과 팀원 3명은 이날 오후께 A 씨의 은신처인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단지로 향했다.

해당 아파트단지에 도착한 신 팀장 일행은 탐문수사 끝에 A 씨가 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그가 평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심야시간에 집안에 들어가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없어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검거팀 4명이 나눠 A 씨가 드나들 통로에 자리를 잡았다. 잠복 14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8시15분께 드디어 개 한마리를 끌고 나오는 한 사내가 포착됐다. 영락없는 A 씨 였다. A 씨는 곧바로 검거됐고 5일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지난해 8월 24일 성동서에 악성사기팀이 만들어졌을 당시 팀원은 신 팀장과 박정오(50) 경위 단 두 명뿐이었다.

그러나 검거실적은 놀라웠다. 올해 10월 말까지 1년2개월간 두 형사가 검거한 악성사기범은 28명. 이들은 모두 A 씨 처럼 수억~수십억원의 사기를 저지르고 수년간 도망다니다 검거됐고, 공소시효도 얼마남지 않는 사기범이 많았다.

이같은 검거실적으로 신 팀장과 박 경위는 서울지방경찰청 기소중지 수배자 검거(올해 9,10월) 실적 평가에서 서울 시내 전 경찰관 2만5000여명 가운데 개인우수자 공동 5위를 했다.

특히 수년간 잡히지 않던 사기범들이 검거되자 그동안 집안이 파탄나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피해자들이 다시 삶의 희망을 얻고 있다. 실제 성동서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악성사기팀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글이 10여개 게시됐고, 고소장을 내지 않았던 사기 피해자들이 다시 경찰서로 찾아와 고소장을 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15년간 형사로 잔뼈가 굵은 신 팀장과 박 경위는 그 어떤 범죄보다 사기가 가장 고통스러운 범죄라고 말한다.

신 팀장은 “2005년 한 경찰서 화장실에서 ‘살인자보다 더 나쁜 게 사기꾼’이라는 여자 글씨체로 된 낙서를 본 뒤부터 ‘사기꾼들을 뿌리뽑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마음 속에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처럼 검거실적이 늘자 장하연 성동경찰서장의 지원으로 지난달 1일부터 서승영(46) 경위, 이충신(34) 경장이 팀에 합류했고, 한달만에 악성사기범 5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신 팀장은 “고소사건이 접수되면 기소중지만 하고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의 고통이 크다”면서 “하지만 악성사기팀은 탐문수사를 통해 사기범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한다. ‘사기를 치고 도주할 곳이 없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줘 사기꾼들을 자수하게 만들겠다. 결국 사기꾼은 언젠가는 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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