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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데이터> 전국 석유 혼합판매 주유소 ‘0’
‘기름값 잡겠다’ 팔걷은 정부…제도시행 1년 3개월…
주유소업계 “갑을관계 정유사 큰 부담”외면
정유업계 “주유소들 각종 혜택 포기 안해”
정부, 현실 고려없이 무리수…유명무실화


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 혼합판매 주유소제도가 시행된 지 1년 3개월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혼합판매를 시작한 주유소가 전국에 단 한 곳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말까지 최소한 혼합판매 주유소 ‘1호점’을 열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는 목표에만 집착해 근시안적인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혼합판매가 사실상 ‘죽은 제도’가 돼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월 관련 법령을 개정, 그해 9월부터 혼합판매 주유소제도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혼합판매 전환 신청을 한 주유소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정부는 올 7월 한국주유소협회와 함께 기존 정유 4사 소속 주유소들로부터 석유 혼합판매 전환 신청을 직접 접수하고, 주유소를 대신해 정유업체들과 직접 계약 변경 협상을 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그 결과 지난 10월까지 주유소 70여곳이 전환 신청을 하며 성과를 거두는 듯했으나, 이날까지 혼합판매를 하겠다고 공표한 주유소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혼합판매는 특정 정유사 폴사인을 단 주유소라도 정유사와 주유소 간 사적 계약에 따라 다른 정유업체나 대리점, 수입사의 기름을 구매해 팔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유사-주유소 간 자유로운 정률 또는 물량 계약에 따라 일정 부분의 물량을 혼합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애초 정부는 모든 주유소가 일괄적으로 전체 판매량의 20% 내에서 혼합이 가능토록 정책을 추진하다 정유사-주유소 간 협의에 따라 50%까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바꾸며 혼합판매 시행을 독려했지만 현재까지 주유소들은 ‘응답’이 없다.


이에 대해 주유소업계에서는 전통적인 갑을관계의 부담을 들고 있다. 폴사인 주유소를 뺏기지 않기 위해 정유사들의 경쟁을 촉진시켜 갑을관계를 타파하기 위해 내놓은 제도가 갑을관계 때문에 사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거대 정유업체에 맞서 일개 주유소가 혼합판매를 외치기에는 솔직히 힘이 부친다”며 “주유소들은 정유사와 혼합판매 협상 시 정유사가 자사 폴사인 주유소의 혼합판매를 방해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업체들도 혼합판매 주유소가 탄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유소들이 정유사와 전량 구매 계약을 맺고 소비자에 대한 브랜드 효과를 노리면서 보너스카드, 제휴카드 등 제공, 장기거래나 대량구매 시 공급가격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정유업체는 최근 들어 CF 등 브랜드 관련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복수 정유사 석유제품을 취급한다고 도입 단가가 크게 하락한다는 보장도 없고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주유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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