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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섭정으로 최고 권력 오르려한 오뚜기 장성택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섭정왕(攝政王) 장성택”

최근 실각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의 위상을 한마디로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칭호다. ‘섭정왕’은 장성택이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언론이 사용한 표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수행단을 거느리고 중국으로부터 국빈급 대우를 받던 장성택을 향한 중국의 시선이기도 했다.

1946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태어난 장성택은 아버지가 항일투쟁에 관여하기는 했지만 김일성 주석과는 관계가 없어 북한 권력 핵심으로 진입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평민출신이라 할 수 있는 장성택이 북한 권력 실세의 반열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김경희와의 결혼을 통해 김일성의 부마로 간택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골’은 아니지만 ‘진골’로서 북한의 ‘로얄 패밀리’의 일원이 된 것이다.

장성택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출세가도를 질주했다. 1986년부터 우리의 국회의원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5차례 선출됐으며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당 행정부장 등에 올랐다.

장성택의 지위와 권력은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던 시점 한층 더 강화됐다. 장성택은 2010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 위원, 당 중앙군사위 위원, 그리고 2011년에는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으며 2인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김정은 후견인이자 막후 실력자로서 위상이 한층 더 올라갔다.

실각 직전 장성택이 보유하고 있던 직위는 국가체육지도위원장과 당 정치국 위원을 비롯해 무려 8개에 이른다.

하지만 김정은을 허수아비로 내세워 사실상 섭정을 펼친다는 평가까지 받던 장성택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왼팔, 오른팔인 리용하 당 제1부부장과 장수길 당 부부장은 공개처형됐으며 소관 조직과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후속조치가 진행중이다. 지난해 106회에 달했던 김정은 수행횟수가 올해 들어 49회로 반토막 난 것은 몰락의 징후였다.

장성택 실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김정은 수행횟수가 지난해 85회에서 올해 112회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장성택의 실각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지만 섭정왕을 넘어 최고 권력까지 노리면서 김정은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장성택이 이대로 무너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장성택이 2004년에도 분파행위자로 찍혀 좌천됐지만 2년 뒤 화려하게 복권됐다는 점에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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