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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당 핵심을 밀어낸 북한 군부...선군정치 부활하나
‘선군정치’가 부활했다. 선군정치로 국가를 장악했던 김정일 사후, 당을 앞세운 사회주의 체제로 복귀하는 듯했던 북한이 결국 김정은 1인 독재를 위해 다시 총과 칼을 꺼내든 것이다.

4일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으로 당을 장악했던 장석택의 실각 소식을 접한 전문가들은 군의 부활에 주목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를 지난 2년간 뒷받침해온 최룡해의 군부, 그리고 장성택의 당이였기 때문이다. 장성택의 실각으로 생긴 공백을 군이 대신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장성택은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김정은의 등극 과정에서 당을 중심으로 사법과 공안을 장악하며 빠른 체제 안정을 가져온 인물이다. 그의 이름 앞에 놓인 당 정치국 위원, 행정부장,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중앙위원회 위원 등 화려한 직책들은 ‘김일성 시대’ 북한 노동당의 득세로 이어졌다.

최근 창당 68주년을 맞은 노동당의 각종 행사에 김정은이 꼬박꼬박 참석한 점도 장성택, 그리고 노동당의 득세를 뒷받침 하는 증거였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는 좀처럼 없었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을 잇달아 개최했다.

인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당대표자회 정치국 위원을 27명에서 36명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이 자리에 김정은 시대 새로 떠오른 기술, 경제 소장파 관료들을 대거 배치했다. 반면 김정일 시대 권력을 향유했던 군의 몰락도 두드러졌다. 군 총참모장이나 인민무력부장, 인민보안부장 등 과거 군부 핵심 인물들이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대거 배제됐다. 당시 우리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시대 들어 당 중심의 국가운영 강화가 특징”이라면서 “당 관련 회의체를 통한 의사결정을 자주 하는 등 김정일 시대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성택의 실각으로 지난 2년간 노동당의 득세도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그 빈자리는 김정은의 또 다른 측근 최룡해가 군을 앞세워 대신할 수 밖에 없다. ‘선군정치’라는 이름 아래 군부의 약진을 바라만보며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했던 노동당의 수모가 김정은 시대에 또 다시 반복되는 셈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의 실각을 북한 내부 권력 투쟁의 결과로 해석하며 “김정은 체제 이후 위상이 추락했던 군부 강경파와 노동당의 파워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정은의 ‘선군정치’는 김정일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 차례 수장을 바꾸며 아버지 시대 인물들을 몰아내고 자신의 인물을 군부에 대거 심은 점, 또 군부 수장인 최룡해가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를 지낸 민간인 출신이라는 점 등은 그 근거다. 군이 당과 행정부를 장악한다는 측면에서는 김정일 ‘선군정치’를 따르지만, 그 방향은 무력 강화가 아닌, 군 인사들의 대거 민생 영역 투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김정은의 군부 관련 행사 중 상당수는 군의 어업, 식량 생산 시설 사찰이였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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