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재대결이 이뤄진 데는 문 의원의 출사표가 결정적이다. 문 의원은 지난 2일 2017년 대선 후보의 기회에 대해 “역할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어려움은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모래알이다”고 말했다. 당장 지방선거에서 스스로가 ‘구심점’ 임을 입증하겠다는 뜻이다. 지방선거 승리로 당권을 장악하고, 이를 토대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굳이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부푼 상황에서 연일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는 것도 안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을 비켜간 안 의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야전에서 혈투를 치뤄야 할 판이다. ‘정치인 안철수’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 성과물을 꺼내보여야 한다. 전국에 걸쳐 모두 후보를 낼 수는 없겠지만 자력으로 자치단체장 몇 석을 확보한다면 약점으로 지적되는 ‘사람’과 세력화의 큰 부분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에서의 성패는 향후 야권내 패권을 좌우할 승부가 될 전망이다. 안 의원 입장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줘야 2016년 총선에서 원내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고, 2017년 대선도 치를 동력을 얻게 된다.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 역시 집권 1년 중간평가 성격의 내년 지방선거는 국정운영의 승부처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덕본 일 없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받는 데도 선거승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게다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실타래처럼 꼬인 현 정국을 풀 주체적 동력도 얻을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 후보공천도 사실상 청와대가 할 것이란 소문이 새누리당 내에 파다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데다, 야권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으로 분열된 만큼 반드시 압승하겠다는게 새누리당 내부 분위기다. 물론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의 현실정치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이처럼 각 당 지도부가 아닌 간판인물 중심으로 정치가 움직이자 ‘3김(金) 시대’의 재판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제는 당적 뿐인 박 대통령이나, 겨우 초선의원인 문 의원,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안 의원만 주목받게 되면 결국 새누리당, 민주당, 신당은 이들의 들러리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미 문 의원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민주당에서는 김한길 대표의 ‘령(令)이 서지 않는다는 푸념들이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 또 아직 박 대통령의 입김이 절대적인 새누리당 안에서는 아무런 결정권 없는 황우여 대표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