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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 · 풍력 또 한축으로 세계시장 공략”
올 ‘수출의 날’ 5000만弗 수출탑·금탑훈장…한국공작기계 류흥목 대표
40여년 공작기계 국산화 외길
美 해군 1500만弗 규모 장비 납품도
90년대초 독자기술로 개발한 수직선반
수입장비 대체…日등 해외시장 첫발
매출 80%가 수출… ‘기계산업 신화’로


‘한국공작기계’란 이름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하지만 기계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역사’이자 ‘신화’ 그 자체다. 1969년 부산에서 일본 다이니치금속과 합작회사로 출범한 이 회사는 이후 40여년간 공작기계의 국산화 한길만 오롯이 걸었다.

한국공작기계는 1980년부터 대형선반의 독자개발ㆍ국산화에 주력한 결과 문형 머시닝센터를 비롯해 CNC 수평ㆍ수직선반, CNC 롤선반, Semi-CNC 선반, 범용선반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세계적인 공작기계 전문회사로 거듭났다. 2011년에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제치고 미국 해군성과 1500만달러 규모의 대형 선박부품 가공장비 납품계약도 체결했다.

류흥목(60) 한국공작기계 대표(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부회장)는 3일 “유라시아 대륙을 철도로 연결하는 작업이 가시화되고 풍력발전, 조선산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공작기계 외 철도와 풍력 관련 부품을 양대 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성장가도에 들어섰지만 2대째 한국공작기계를 이끌고 있는 류 대표는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산업의 기반이라는 비전으로 시작했지만, 사업 초기 정책적 소외와 재벌기업의 시장 진출로 생사를 넘나들었다.

류 대표는 “60년대 정책입안자들은 공작기계는 첨단 기계이기 때문에 수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완제품을 수입할 때는 면세를 해주고 부품을 수입할 때는 고율의 특별관세를 물렸다”며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만든 완제품의 가격이 수입 제품보다 높아 적자의 늪을 헤어나올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로부터 5~6년 지난 70년대 중반, 한국공작기계를 옥죄던 특별관세 규정이 사라지자 약속이라도 한 듯 기아, 쌍용, 한화, 현대 등 재벌기업이 뒤늦게 공작기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기업들이 적자를 보면서도 억지로 공작기계 사업을 하다 보니 전업 중소기업들의 설 땅이 없어진 것이다. 

이달 ‘수출의 날’ 기념식에서 5000만불 수출탑과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류흥목 한국공작기계 대표. 그는 공작기계와 철도 및 풍력 관련 부품을 양대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류 대표가 한국공작기계에 투신한 때는 두 번의 악재에 이어 ‘2차 오일쇼크와 공장이전’라는 세 번째 악재가 찾아왔던 1980년.

부산 온천동에 있던 공장은 1979년 무렵 시내가 되면서 창원으로 옮겨야 했다. 2차 오일쇼크로 발주가 뚝 끊긴 채 공장이전 과정에서 절반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당시 한양대(교육학과)를 막 졸업한 류 대표가 공장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공학을 공부한 적은 없었지만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온 공장이기에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류 대표는 이후 합작회사인 일본 다이니치금속으로 6개월간 기술연수를 떠났다. ‘카메라맨’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일본 기업의 생산과정과 제품 사진을 수백 장 찍고 연구한 결과 1984년 순수 자체기술로 대형 공작기계를 개발해냈다.

류 대표는 “대기업이 차지한 소형 공작기계 외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다. 젊은 기술자들과 모여 연구를 거듭한 끝에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대형 공작기계를 대체할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소개했다.

류 대표는 이어 1990년대 초에는 독자기술로 수직선반을 개발해 다시 한 번 일본산 수입장비를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1998년에는 환율 상승을 틈타 해외시장 공략에도 성공, 2005년에는 수출 비중이 45%로 올라섰다. 현재 한국공작기계는 매출의 75~80%를 독일과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올리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류 대표는 이런 공로로 이달 열리는 무역의 날 행사에서 ‘5000만불 수출탑’과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그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침체됐던 설비 관련 산업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공작기계 외 철도ㆍ풍력부품을 두 축으로 삼아 세계적인 전문업체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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