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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영역 표시
다리를 처들어 전봇대에 오줌을 갈기는 모습 등에서 개의 영역 표시 본능을 볼 수 있다. 여우와 늑대, 표범, 치타, 원숭이 등도 오줌으로 영역을 표시한다. 이렇게 자기 땅을 표시해 두면, 큰 싸움이 날 수도 있고 반대로 괜한 갈등을 피할 수도 있다.

노루는 뿔로 나무를 비벼 생채기를 내고, 멧돼지는 땅을 파서 흙더미를 쌓아놓는 것으로 영역 표시를 한다. 호랑이는 대변을 자기 영토 곳곳에 싸두고, 자주 다니는 길에는 오줌보다 진한 액을 뿜어놓는다.

동물들이 영역 표시를 위해 남기는 분비물이나 흔적의 양태는 개인정보라고 볼 수도 있다. 나중에 온 동물은 먼저 지나간 짐승의 흔적을 분석해 보고, 그놈의 덩치, 나이, 건강상태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얼룩말이나 누우는 그래서 사자 영역에는 가지 않는다.

최근 멧돼지가 주택가에 출몰하자 호랑이 똥을 곳곳에 뿌려두는 지자체가 생겼는데, 바로 동물의 영역 표시 본능을 활용한 정책이다. 일부 농촌은 야생동물들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농가 주변에 뿌려놓기도 한다.


영역 표시는 동물이나 하는 짓인 줄 알았는데, 정ㆍ관계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내 정권의 흔적남기기, 생색내기 정책, 경쟁 정당을 배척하는 언사가 난무하니 말이다.

동물식 영역 표시를 사람이 할 때 우리는 두 가지를 느낀다. 하나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상대의 영역을 인정해주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기 흔적을 과도하게 남기려 하다가 처절한 싸움과 갈등만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약육강식의 동물과는 다른, 금도를 지키는 합리적인 영역 표시도 인간사회의 평화를 가져오는 자세가 아닐까.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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