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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방공구역 갈등, 민항기 안전 위협해선 안돼
중국이 새로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하면서 동아시아 제공권 장악을 둘러싼 한ㆍ중ㆍ미ㆍ일 간 연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으로 사전 통보도 하지 않고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중국이 대응 비행에 나서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항공 당국이 이 지역을 통과하는 국적 항공사들에 중국에 비행계획서를 내지 말도록 지침을 내렸다. 물론 중국의 일방적인 CADIZ 선포를 받아들지 않겠다는 강력한 표시인 셈이다.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ADIZ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항공당국의 방침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지역을 통과하는 항공기의 안전이다. CADIZ는 주로 국적기의 동남아 노선 항로가 집중된 곳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CADIZ를 오가는 항공기는 하루 평균 약 500편이나 된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기는 310편이다. 우리에게 이 지역이 얼마나 중요한 항공 요충지인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안심하고 운항할 수 있도록 안전에 각별히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원래 방공식별구역 통과 시 비행 계획을 사전에 통보하는 것은 군용기에만 해당된다. 그런데 중국은 이번에 CADIZ를 선포하면서 민간항공기에도 이를 적용한다고 선언했다. 일방적이라지만 그만큼 단호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의 개념은 아니나 통보없이 들어올 경우 전투기가 출격하는 등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여차하면 민간 항공기에도 물리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마 민간항공기에 대해 그럴 일이야 있겠냐며 안심할 일은 결코 아니다. 상황이 돌변하면 통과 항공기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우리에게는 1983년 9월 사할린 영공에서 항로를 이탈한 KAL기가 당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 당한 아픈 과거가 있다. 미국이 CADIZ 인정과 관계없이 자국 항공사들에는 비행계획을 내도록 권고한 것은 만의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어도 상공을 포함하는 우리 관할 방공식별구역 확대 방안을 미국, 일본, 중국에 통보할 방침이다. 환영할 일이지만 주변국과의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이다. 마침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한ㆍ중ㆍ일 순방에 나선다. 서로의 주장만 관철하려 할 게 아니라 한 발씩 양보해 공존하는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간 항공기 운항 안전을 확실히 담보한다는 약속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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