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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고래 연구, 저산소증 치료에 도움”
고래 유전자 첫 해독…이정현 해양과학기술원 박사
세계최초 밍크고래 염기서열 분석
고래 특성 인간에 적용하는게 과제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몸집이 큰 생물이다. 유선형 몸체와 발달한 지느러미 등 어류의 모습을 지녔지만 아가미가 없는 포유동물이다. 고래의 이런 기이한 특성은 많은 과학자에게 신비의 대상이다. 그래서 주요 전 세계 선진국들이 고래의 비밀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한국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고래 유전체 특성을 파악해내는 개가를 올렸다. 이정현(52ㆍ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 연구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 박사 등은 최근 밍크고래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ㆍ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고래의 유전체 특성을 규명해 낸 것은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 박사팀은 고래의 근육 조직에서 추출한 2만여개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오랜 바다 생활로 미각과 후각, 시각과 관련된 유전자는 퇴화한 반면 적은 양의 산소로도 오랜 시간 잠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전자는 발달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밍크고래 유전체와 고래목의 수상생활 적응’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세계적인 유전학 분야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미생물학을 전공한 이 박사는 대학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다 지난 1995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해양생물, 해양바이오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1999년부터 고래 유전자 연구를 위한 사전조사를 시작했고, 2011년부터 본격적인 밍크고래 유전체 특성 파악에 매진한 끝에 약 3년 만에 해독을 완성했다.

“고래는 학문적으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고 말한 이 박사는 “고래는 진화적으로 하마와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하마와 달리 물속에서 호흡을 통해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참 재미있는 생명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특히 물속에서 아가미도 없이 호흡하지 않고도 1시간 이상 잠수할 있는 고래 유전체 특성은 인간의 저산소증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며 “또 찬물을 견딜 수 있는 고래의 두꺼운 지방층도 지방 과다에 따른 인간의 질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도 고래의 수수께끼를 풀어내, 이를 어떻게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느냐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성과는 고래 연구의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라고 이 박사는 말한다. 앞으로는 고래의 유전자 특성을 사람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독특한 특성을 확실하게 규명해내고 이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 과제가 남았다”며 “이는 지금까지의 연구보다 훨씬 어렵고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예측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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