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분쟁지역 장기화 의도
방공식별구역(ADIZ)을 공격적으로 선포하며 긴장감을 높인 중국이 갑자기 일본에 공중 위기관리체제를 제안하며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이 ADIZ를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일본의 실효지배를 무력화하고, 이 지역에 대한 분쟁지역화 국면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8일 베이징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전 외상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 등 전ㆍ현직 의원들과 “양국 군용기 간에 예기치 않은 충돌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공중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공중에서 위기관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공중에 관한 회담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에 대한 통제능력이 있으며 통보없이 비행할 경우 격추할 수 있다”던 호전적인 초기 발언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제 외교가에선 탕자쉬안의 이번 제안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기정사실로 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ADIZ 선포 이후 공중 위기관리체제 구축이라는 제안을 한 것은 중국이 실제 미ㆍ일과 한판 붙어보자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을 분쟁지역화해 센카쿠열도에 대한 일본의 실효지배를 막아보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군비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이지만 한해 국방비만 800조원 가까이 쏟아붓는 데다 서방 세계의 지원을 받는 슈퍼파워 미국과 군사적으로 맞붙는다는 것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의도를 뻔히 알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협상 요구에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배려하기 위해 기존에 해오던 조치들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아 사실상 중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 역시 일본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공개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회담 제안에 거부하더라도 중국으로선 아쉬울 것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대화 제의를 미ㆍ일이 거부한 모양새가 되면서 “우린 할 만큼 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