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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여보, 전우들과 함께 묻혀야겠어”
하늘에서도 부하 사랑…‘참군인’故 채명신 장군
베트남전 영웅 유가족에 유언
장군신분 첫 사병묘역에 안장


전우를 사랑한 육군 중장 채명신(1926년생) 초대 베트남전 한국군사령관(1965 ~1969)이자 전쟁 영웅인 그가 28일 한평 크기의 사병 묘역에 영원히 잠들었다. 1033명의 병사가 잠들어 있는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2번 병사묘역 맨 앞줄, 그중 971기가 생사를 함께한 베트남전 전우들이다. ▶관련기사 25면

병사 묘역에 예비역 장군이 묻히는 건 건군 사상 처음이다. 특전을 마다하고 병사들 곁으로 가면서 보여준 ‘전우애’에 대한 반향은 크다. 장군 묘역은 26.4㎡(8평)를 할당받고 봉분도 올릴 수 있다. 고인은 그러나 사병들과 똑같이 3.3㎡ 크기의 묘에 화장돼 안장됐고, 묘에는 넓이 76㎝, 폭 30㎝, 두께 13㎝의 비석이 세워졌을 뿐이다.

김지덕 육군본부 인사사령부 중령은 “6·25와 베트남 전쟁의 영웅인 고인이 부하 사랑을 끝까지 솔선수범하면서 후배 장교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생전에는 국가와 영토를 지켰고, 죽어서도 보여준 기개는 신선한 충격이다.

부인 문정인(84) 여사는 “평소에도 남편은 입버릇처럼 동작동을 가리키며 ‘여보, 나 말이야 전우들과 함께 묻혀야겠어’라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고인의 유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뻔했다. 국방부와 국립현충원에서 “장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전례도 없다”고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 여사는 고인이 별세하기 3일 전인 지난 22일 고인의 뜻을 담은 편지를 써서 청와대에 전달했다. 27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문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따르는 것이 예의라고 박근혜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며 병사묘역에 안장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

신명철 서울남부 보훈지청장은 “채 장군은 마지막까지 참군인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1961년 5·16 때 5사단장으로 주도적으로 가담하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1972년 유신을 끝까지 반대했고 대장 진급에서 탈락해 전역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이 10ㆍ26사태 소식을 듣고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유신에 대해) 직언할 때 ‘각하, 이러다 제명에 못 돌아가십니다’고 말한 게 마음에 계속 걸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전 위문공연으로 생전에 인연이 각별했던 페티김은 영결식에서 조가(弔歌)로 찬송가를 부르며 고인과 작별했다. “내 영혼이 은총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김관진 국방장관, 최윤희 합참의장, 커디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백선엽 장군, 이상희 이종구 오자복 이상훈 김동신 정호영 윤석민 이양호 전 국방장관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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