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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원색 정치’
‘빨강’, ‘노랑’, ‘파랑’은 색의 3원색이다. 색 가운데 가장 ‘선명성(채도)’이 높다. 비오는 날에도, 멀리서도 잘 보인다. 우산은 주로 3원색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여당과 야당은 이 가운데 하나씩을 자당의 상징색으로 삼고 있다.

‘3원색’은 다른 색과 섞이면 채도가 떨어진다. 선명함과 강렬함이 떨어진다. 대신 안정감은 높아진다. 채도가 가장 낮은 색은 ‘빨노파’가 한데 섞인 ‘회색’이다. 짙은 회색 정장은 공무원 면접의상으로 선호된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의 ‘정치’는 원색에 가깝다. 각 당의 상징 색을 닮았다. 서로 조금이라도 섞였다간 ‘강렬함’이 떨어질까 노심초사다. 온건파 유화파들은 당 내 입지가 좁다. 강한 말, 쎈 말을 넘어 막말이 선호되는 ‘극단의 시대’에 채도 옅은 발언을 꺼냈다간 당장 ‘사이비’로 몰릴 판이다.

집권 여당의 최근 발언들은 위험 수위다. 종북행태로 물의를 빚긴 했지만 20일 가까이 단식중인 의원을 향해 ‘그게 김일성 주의’라는 말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의원에겐 ‘종북 말고 월북하라’는 조언이 돌아간다.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종북(從北) 검사(檢事)’때문이다. 야권과 시민단체도 도를 넘은지 오래다. 지난해 민주당 공천을 받았던 한 인사는 ‘애비나 딸이나’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고, ‘연평도 포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제도 나왔고, ‘귀태 발언’ 논란을 일으킨 야당 의원도 최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막말의 위험성은 상대를 ‘박멸’의 대상으로 여기게 한다는 데 있다. 보수가 나치즘같은 극단의 국가주의와 구분되듯, 진보 역시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거부하는 종북주의와 구분되어야 마땅하다. 서로를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엔 ‘너무 불편한 당신’으로 몰아간다면 결과는 파탄뿐이다.

다시 ‘색’ 얘기. 우리 주변엔 ‘원색’은 없다. 이론상 만든 지향이다. 넓이도 부피도 없는 것이 ‘점’의 정의여서 사실 점을 찍는 것은 불가능 한 것과 같다. 자신의 선명성을 갖되 상대를 인정하는 ‘섞임의 정치’,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회색의 정치’를 ‘원색 정치 시대’에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까.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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