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성능 극대화에 무장능력 떨어져
기술이전도 제약…KF - X사업 차질 우려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가 2년여를 끌어오던 차기 전투기(F-X) 사업의 최종 승자로서 8부 능선에 올라서게 됐지만 남은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말 많고 탈도 많은 F-X 사업이 ‘돈ㆍ기술이전ㆍ전략’ 3개 구멍에 발목이 잡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22일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참여하는 합동참모회의를 열고 사실상 F-35A를 염두에 둔 차기 전투기 작전요구성능(ROC)과 구매 대수, 전력화 시기 등을 결정했다. 공군은 합참회의에 앞서 스텔스 성능을 대폭 강화한 요건을 제시해 미국 보잉사의 F-15SE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는 자동적으로 배제되고 F-35A와의 수의계약 방안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결국 ‘돈’=가장 큰 걸림돌은 결국 ‘돈’이다. 지난 9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F-35A가 빠지고 F-15SE만 포함될 수 있었던 것도 F-15SE가 유일하게 우리 정부가 제시한 총사업비 8조3000억원 이내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F-35A는 약 10조원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조3000억원은 우리 정부가 차기 전투기로 F-35A를 염두에 두고 산정한 액수였지만 F-35A의 개발기간이 늘어나면서 ‘몸값’이 오른 탓이었다.
F-35는 20여년 전부터 개발에 착수됐지만 시제기만 나온 상태로 아직 전력화되지 못하고 있다. 개발기간이 늘어나면서 개발비도 껑충 뛰었고, 이 때문에 미국과 함께 F-35 공동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캐나다와 호주는 1차 양산 시점인 2017년이 아닌 개발비 부담이 덜해지는 2차 양산 이후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보다 앞서 F-35A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국가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8조3000억원으로 60대를 구매하겠다는 계획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확인된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본은 대당 2500여억원, 노르웨이는 대당 2100여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근 F-35A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네덜란드는 대당 1750여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격 협상 주도권도 사는 쪽이 아닌 파는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구매 대수를 40대로 축소하거나 40대와 20대로 나눠 구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상 4차 F-X 사업 추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스텔스기가 60대나 필요할까?=스텔스기를 60대씩이나 구매해야 하는지도 짚고넘어갈 문제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A는 전쟁 초기 시점 적진에 깊숙이 침투해 핵심 전략시설을 은밀히 타격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본격적인 공중전과 폭탄투하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진다. 특히 F-35A는 총 11개의 미사일 장착이 가능하지만 스텔스 기능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부 무장창에 공대지 2발, 공대공 2발 등 4발의 미사일 탑재만 가능하다. 정작 상대를 공격할 무장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개전 초기에 초점을 맞춘 스텔스기는 1개 대대 20대 안팎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최근 “전투기를 선정할 때 이 기종으로 어떤 능력을 키우려는지 검토해야 하는데 스텔스 기능도 중요하지만 포탄 운반 및 투하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현실적 관점에서 F-15SE와 F-35A의 혼합 구매가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술이전도 불리…한국형 차기 전투기(KF-X) 차질 우려=F-35A가 차기 전투기 사업의 최종 기종으로 선정된다면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차기 전투기(KF-X)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은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최첨단 군사기술 이전을 꺼리고 있는데, F-35A는 정부 간 거래방식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이전에 있어서 제약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군 당국은 향후 구매협상과정에서 얼마든지 기술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에 생산라인을 이전하고 KF-X 사업에 2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던 유로파이터 측 수준의 기술이전은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차기전투기 구매에 따른 기술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사업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KF-X 사업에는 암운이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