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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혀져가는 그날의 악몽…연평도는 이제 희망이 샘솟는 땅”
북한 포격 도발 그후 3년…연평도를 가다
연평고등학교 3학년 신학휘군
“전쟁의 위험을 몸으로 느끼며…
평화를 위해 일하는 꿈 가졌죠”

포격의 상흔을 안고있던 담벼락
형형색색의 그림으로 빛나고…
주민들은 꽃게 손질에 여념없어

섬내 상업시설 3년새 10곳 증가
주민도 아이들도 갈수록 늘고
불안의 땅 낙인 찍지 말았으면”


[연평도=서상범 기자] “3년 전 그 일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포격을 겪으며 전쟁의 참혹함을 느꼈고 안보전문가가 되겠다는 인생의 목표가 생겼어요.”

연평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신학휘(18) 군은 3년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중학생이었다. 포격 상황을 생생하게 목격했던 신 군은 부모님과 함께 연평도를 떠났었다.

하지만 연평도는 그의 가족이 다시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이었다. 3개월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신 군이 절실하게 느낀 점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포격이 있기 전에는 별다른 꿈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 일을 겪은 후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과 함께 전쟁의 위험을 몸으로 느꼈죠. 그때부터였어요.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보관련 전문가가 돼 평화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포격이 저에겐 다른 길을 보게 해 준 거죠.”

신 군은 현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예정이다. 그는 대학에서 전공지식은 물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북한의 포격이 있은 지 3년이 흐른 연평도는 평온함 가운데 희망의 기운이 곳곳에서 샘솟고 있었다.

포격으로 얼룩졌던 담벼락은 자원봉사단체에서 그린 형형색색의 그림으로 빛나고 있었다. 포격의 피해를 입었던 집들은 다시 복구됐고, 동네 곳곳에서 주민들은 꽃게를 손질하고 김장 준비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북한의 포격이 있은 지 3년이 흐른 연평도는 포격의 흔적 속에서도 희망의 기운이 곳곳에서 샘솟고 있다. 연평도 포격 3주기를 이틀 앞둔 21일 한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포격으로 구멍난 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구멍난 벽 아래는 그날의 포격의 상처를 꼭 기억하자는 의미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위). 인근 연평초등학교에서는 연평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벽화를 배경으로 병설유치원생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줄넘기를 하며 뛰어놀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주민 김오성(58) 씨는 “연평도를 아직도 전쟁과 불안의 지역으로 말하는 것은 언론밖에 없다”며,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과거의 아픔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평도의 희망은 각종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먼저 연평도 내 민박 및 음식점 등 상업시설의 경우 2010년 기준 53곳에서 10개 증가한 63곳이 현재 영업 중이다.

최근 식당을 개업한 박모(49) 씨는 “전쟁(연평도민들은 2010년 포격을 전쟁이라고 불렀다) 이후 복구는 물론, 관광객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장사를 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포격을 맞았던 주택을 안보교육장으로 개관한 이후 안보 관광을 오는 외지인들이 많아졌다”며 “민간사업자들이 연평도 안보관광사업을 운영하면서 당일코스로 오는 경우 하루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네 이곳 저곳을 왔다간다”고 말했다.

한편 연평도 거주민도 2010년 1750명에서 11월 현재 2202명으로 452명 늘었다. 대다수가 복구사업에 투입된 인부 등이지만 이들이 연평도에서 거주하고 소비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아이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남부교육지원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초등학생 81명,중학생 25명,고등학생 20명이던 연평도 내 학생수는 2013년 4월 기준 초등학생 81명, 중학생 37명, 고등학생 22명으로 증가했다. 일반 섬 지역들이 교육에 대한 우려로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아이들의 대학 진학률도 우수하다. 연평고등학교의 대학진학자는 2012년 4명에서 2013년 9명이었고, 2014년 전형이 진행중인 올해엔 현재까지 6명이 합격했다.

송영희 연평 중ㆍ고등학교 진로진학부장은 “포격 이후 서해5도 특별전형의 혜택을 받은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의지와 꿈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도 원격수업(화상을 통해 육지학교는 물론, 해외학교와 동시 수업)을 통해 도시 아이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교육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교사들이 3분 대기조라고 불릴 만큼 아이들과 밀착해 교육에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평도가 더 큰 희망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박태환 연평도 노인회장은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는데 주민들이 체감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며 “국가에서 지원받는 것이라곤 1인당 월 5만원의 정주생활지원금과 한 달에 8일로 한정해 하루 3만6000원씩 주는 특별취로사업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연평도 면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의 상당수가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인데 일거리가 없어 생계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공공근로사업과 같이 일자리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태어나 줄곧 살았다는 김순분(51ㆍ여) 씨는 언론을 향해서도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년마다 반복되는 기념행사가 아니라 연평도에 대한 희망과 밝은 시선이에요. 더 이상 이곳에 대해 전쟁과 불안이라는 낙인을 찍지 말아주세요.”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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