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 정태일> 대안없이 입씨름만 있는 단말기 유통법
차별적인 휴대전화 보조금 개선을 골자로 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놓고 정부와 제조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창조경제 첨병으로 스마트 콘텐츠를 내세우는 정부와 IT 강국의 주역인 제조사가 공생은커녕 마찰만 거듭하는 상황이다.

이번 대립은 휴대전화업계가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안을 제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법안에 포함시킨 ‘제조사도 조사ㆍ제재하고, 제조사 장려금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의무 부과’ 항목이 제조사들의 반발을 샀던 것. 제조사들은 산업 위축, 중복 규제,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등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공동으로 휴대전화 가격이 200~300% 차이 나는 기형적 유통구조에 ‘시장 실패’가 빚어졌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급기야 대형 제조사들의 막강한 자금력에 기반을 둔 불투명한 장려금을 문제 삼으며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됐다. 이제 막 발의된 법안이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실효성 논란만 커지게 된 셈이다. 휴대전화 소비자들을 위한 법안이라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상한선만으로 보조금을 규제하는 것과 법안을 통과시켜 보조금을 공시하는 것 중 무엇이 맞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해당사자들이 입씨름만 반복한다면 결국 쳇바퀴만 돌 뿐이다. 정부는 글로벌 사업자로 키운 국민 공로를 인식하라고 고압적 자세로 일관한다. 반면 규제 실패를 시장 실패로 몰아 기업 탓만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진정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법안의 완결성을 높일 대안을 마련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제조사는 아전인수식 논리 전개 대신 출고가 인하 및 중저가 단말기 보급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도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반 발 떨어져 묵묵히 법안 통과만을 지지하는 통신사들도 현실적인 방법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

이들이 서로 각자의 말만 되풀이하는 사이 누군가는 여전히 보조금에 혹해 높은 요금제에 가입하고 36개월간 단말기 할부금을 물어야 한다. 어디선가 또 한 명의 호갱님(호구+고객님)이 생겨나는 것이다. 

정태일 (산업부) 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