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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을 절망으로 내모는 ‘절벽정치’
朴대통령 국회 단상 올랐지만
꼬인 정국 풀기엔 공허한 울림뿐
與는 수수방관·野는 꼬투리잡기…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지 않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나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명연설로 평가되는 ‘게티즈버그 연설’을 한 지 19일(현지시간)로 꼭 150년을 맞았다. 불과 272단어로 구성된 2분 남짓의 이 짧은 연설이 가져온 파장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광범위한 울림을 주고 있다. ‘자유의 새로운 탄생’을 얘기하며, 정치사상은 물론 철학과 문화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번째로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30여분의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사안들에 여야가 합의를 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실무진이 올린 연설문 초안에는 없던 문구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직접 넣은 문구인 셈이다.

대통령이 진정성을 담았다는 이 문구는 공허한 울림이 됐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이어받아 새누리당은 부랴부랴 국가정보원 개혁특위를 야당에 제안했다. 야당은 특검과 특위는 한 쌍이라면서 ‘양특’을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현안을 외면하고 갈등을 국회로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접점 없이 자신들의 주의주장만 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이후 1년 가까이 국민은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 등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똑같은 단어만 들어왔다. 이런 정쟁을 민생 국민 경제 같은 단어로 포장하고 있는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새누리는 청와대, 민주는 친노의 얼굴마담 격”이라면서 “정당이 대리전 느낌을 주는 상태에선 서로가 상대가 아닌 걸로 생각한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규의 한신대 초빙교수는 “집권세력이 주요 사법적 정치적 현안을 명백하게 방기하고 가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매일 매일, 여야와 청와대 정부가 얽히고설켜 “절벽정치를 하겠다는 통보”를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선 이후 1년 가까이 국민은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NLL 포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을 자다가도 환청으로 들릴 만큼 지겹도록 접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경제활성화 법안 43개 법안은 7개월여 동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경제단체장들은 국회로 달려가 처리를 당부하지만 국회는 툭하면 상임위원회 활동을 접고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진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박 대통령이 발언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고, 국회의원과 대통령 경호원의 유혈낭자한 볼썽사나운 민낯까지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모두 ‘국민을 위해’ ‘민생을 위해’ 같은 추상적인 단어로 포장하고 있다. 링컨의 명언을 신념으로 공복을 자처한 정치인들을 걱정하는 국민, ‘정치인의, 정치인을 위한, 정치에 의한’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 내 최고의 링컨 전문가로 꼽히는 하버드대 드루 길핀 파우스트 총장은 워싱턴포스트지 기고문에서 “만약 링컨이 아니었고 전임자인 제임스 뷰캐넌이 대통령으로 있었다면 (남북전쟁 당시 북군이) 220만명을 동원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자원하는 병사들은 자신들이 무언가 고귀하고 추상적이며 이타적인 명분을 위해 싸우고 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명분’을 위해 오늘도 죽고 사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무슨 명분으로 대한민국호를 끌고 가는지 곰곰이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도권 쟁탈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묻고 있는 것이다.

한석희ㆍ백웅기ㆍ원호연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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