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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졸채용 한파, 정권 바뀌니 “나몰라라”
[헤럴드경제=신소연ㆍ최진성 기자] ‘고졸(고등학교 졸업자) 채용’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고졸 채용 문화를 이끌었던 금융권이 올들어 모집 인원을 대폭 줄이면서 고졸자들이 외면받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고졸 채용을 장려했던 금융당국과 금융협회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나몰라라’ 하면서 고졸자를 두번 울리고 있다. 고졸 채용의 문은 1년만에 닫혀버렸다.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인력 수요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 정부의 고용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1회성 이벤트=1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이상직(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사 고졸 채용 현황’에 따르면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 보험사 등이 올해 3분기까지 채용한 고졸자(예비졸업자 포함)는 1487명이다. 당초 계획(2409명) 대비 61.7%. 은행 18곳과 증권사ㆍ선물회사 등 69곳, 생명보험사ㆍ손해보험사 42곳이 대상이다. 4분기 고졸 채용을 진행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적이 가장 나쁜 곳은 금융투자업계다. 금융투자협회는 당초 증권사 등에서 올해 고졸자 408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선발 인원은 91명(계획대비 22.3%)에 불과했다.

금투업계는 정부가 고졸 채용에 박차를 가했던 지난해에도 계획(362명) 대비 32.6%(118명)를 채용하는데 그쳤다. 2011년에는 10.9%에 불과했다. 수익성 악화는 핑계였다. ‘뻥튀기’로 채용 계획만 높게 잡은 뒤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구색 갖추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는 겨우 절반을 넘겼다. 생보ㆍ손보협회는 올해 생보사 9곳과 손보사 10곳에서 고졸자 1005명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보험설계사 등 일부 직군은 학력 유연성이 커 고졸자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생보사 24곳과 손보사 1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고졸 채용 인원은 639명(계획대비 63.6%)에 그쳤다.

은행권은 체면치레만 했다. 18개 은행이 올해 목표한 고졸 채용 인원은 996명으로, 3분기 현재 757명(76.0%)을 뽑았다. 고졸 경력직 등을 빼면 실제 고졸 신규 채용 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졸 채용 수수방관=금융권의 고졸 채용이 급감한 것은 금융당국의 ‘무관심’과 금융협회의 ‘홍보성’ 채용 계획이 빚어낸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금융업권별로 고졸 채용 상황을 점검한 뒤 1년 넘게 손을 놓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운 정책에만 매달린 탓에 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4대 태스크포스(TF) 등을 운영하면서 업적 쌓기에만 급급하다보니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이 뚝 떨어졌다”면서 “금융위에서 한번도 고졸 채용 현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협회도 관심없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초라한 고졸 채용 실적이 드러날까 쉬쉬하는 모양새다. 언론 등에 공개하기로 한 고졸 채용 실적은 언제부터인가 ‘대외비’로 감춰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고졸 채용 현황은 대외비여서 금융위 외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고, 보험협회는 “고졸 채용 현황을 집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앞서 금융위는 각 금융협회에 고졸 채용 추진 실적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정기적으로 언론에 발표할 것을 지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졸 채용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여론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 정책에도 일관성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금융권 고졸 채용 현황>

(단위: 명, %)



계획 목표 진도율

은행 996 757 76.0

보험사 1005 639 63.6

금융투자업계 408 91 22.3

계 2409 1487 61.7

*2013년 9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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