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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보 후퇴, 벼랑끝 승부’ 던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또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충격(Shock)요법을 동원한, 맨살을 도려내는 벼랑끝 탈출책이다.

김 회장은 그룹을 옭죄어 오던 재무리스크를 불식시키기 위해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을 매각해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초고강도 자구책을 내놨다. 그가 꿈꿔왔던 ‘30년 반도체’ 신화를 일단 접은 것으로, 이렇게 까지 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만큼 동부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고, 알짜까지 내놔 위기극복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김 회장은 1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승부사’ 김 회장이 던진 예상보다 ‘선제적’이고 규모도 큰 자구안에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그동안 김 회장과 동부그룹이 위기를 넘어 도약해온 방식이 인수ㆍ합병 등을 통한 ‘진격의 승부수’였다면, 이번 자구안은 ‘일보 후퇴의 승부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계에선 어찌보면 동부의 일보 후퇴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다른 회사들이 재무여건 호전에 신경 쓸때도, 동부는 외형 확장에 매달린 게 사실이다. 잇단 인수합병으로 2007년 27개 수준이던 그룹 계열사수는 64개까지 늘었다. 빠른 외형성장은 리스크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그것을 동부도 피해가지는 못했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은 그룹으로선 상징성이 담겨 있는 곳이다. 반도체는 김 회장 ‘필생의 사업’이다. 동부하이텍은 시스템 반도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7년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김 회장이 설립한 곳이다. 15년 동안 고난의 행군을 펼치다가, 최근에야 빛을 보기시작한 하이텍 매각안은 동부 임원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김 회장 스스로의 쓰디쓴 고뇌의 산물이다.

동부메탈 매각은 더더욱 아프다. 동부메탈 동해공장은 김 회장의 부친 동곡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이 운영하던 곳이다. 하이텍 보다 더 매각을 망설였던 곳이 메탈이라고 전해질 정도로, 김 회장의 심경은 복잡해 보인다.

이번 자구책을 통해 동부그룹이 얻은 것도 적지 않다. 하이텍마저 팔겠다는 배수진은 유동성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고, 시장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동부그룹은 자구안을 추진하면서 당분간 ‘체질 강화’ 전략에 올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카드까지 제출한 김 회장, 그의 최후의 생존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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