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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 甲’ 대형병원의 횡포…제약사에 약값지급 평균 7개월걸려
[헤럴드 생생뉴스]대형종합병원들이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쓴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값을 받는 건 대략 한달 후(15~40일). 하지만 이 의약품을 공급한 도매업체에겐 평균 7개월, 길게는 1년이 지나서야 대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ㆍ유통업계에선 상생협력 차원의 납품대금 조기결제ㆍ현금결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형 병원 쪽에선 ‘슈퍼갑(甲)’행태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사이 제 때 대금을 받지 못한 의약품도매업체와 중소제약사들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전했다.

17일 한국의약품도매협회가 국내 33개 주요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의약품 대금 지급실태를 조사한 결과, 납품부터 지급까지 평균 7.3개월이 소요됐다. 서울백병원과 경희대병원은 1년이 되어서야 대급을 지급했고, 한양대병원은 무려 1년7개월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약품공급ㆍ대금결제 시스템은 제약사나 도매업체가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병원들은 환자에게 사용한 의약품 비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 뒤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약값을 지급하는 구조다. 이 기간이 통상 15~40일 정도 소요되는데, 병원은 이 돈을 곧바로 도매업체 등에 지불해야 함에도 몇 달씩 지나서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가장 빨리 지급한다는 서울성모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도 3개월이 걸렸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은 사실상 건강보험료로 이자놀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대금지급이 늦어지면서 중소 제약사와 의약품도매업체들은 집단 도산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9개 도매업체가 쓰러진 데 이어, 올해에도 연 매출 100억원 규모의 프라임팜이 부도를 맞는 등 도매업체 8곳과 제약업체 4곳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제약ㆍ도매업체들은 대형종합병원에 대해 을(乙)의 위치여서, 독촉조차 할 수 없다는 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의 관계로 보면 된다. 그나마 일반 대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 감시 등으로 어음기간을 단축시키고 현금결제까지 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형병원문제에 대해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는 ‘의약품 대금지급 3개월 내 결제’를 의무화하는 약사법 개정안(민주당 오제세 의원 발의)이 발의된 상태. 지난해 말 이 법안이 제출되자 병원협회는 의약품도매협회측에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자율개선안을 마련하자고 제의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최근 결렬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8일부터 이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제세 의원실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율개선안 마련 기회를 줬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슈퍼 갑인 병원 측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해 법제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들 역시 “갑자기 3개월 안에 지급을 의무화하면 병원들 역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향후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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