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필화 한승헌 지음 문학동네 |
허병섭 목사가 노래가사 바꿔부르기 곡을 모아 비매품으로 만들어 배포한 ‘노동과 노래’의 책 저작권 문제, 동백림 사건에 연루된 천상병 시인의 코미디 같은 공소사실들, 88년 민주화분위기를 타고 북한역사서 출판 붐 속에 북한판 ‘조선전사’를 출판했다가 반국가행위로 몰린 출판인 강병선의 이야기 등 어이없는 실화와 문단 뒷얘기가 통증을 남긴다.
저자가 필화사건을 변론하는 시각은 한결같다.
“가령 객관화된 작품의 평가나 영향에 관하여 작자의 창작의도와는 관계없이 상반되는 두 견해가 나올 수 있다 하더라도 상대주의 철학을 전제로 하는 민주체제 아래서는 이질적인 것의 공존이 당연한 만큼 누구에 의해서도 적대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문학예술의 본질에까지 나아간다. 현재적 질서와 권위에 집념하는 권력과의 상충은 문학예술의 숙명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란 것이다. 법의 양식에 기대어 사회의 정상적이고 평균적인 눈으로 사안을 들여다보려는 인간적ㆍ균형적인 법에 대한 저자의 태도는 기준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