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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김은현> 美 ‘부정경쟁방지법’의 대응책 시급하다
2011년부터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이 최근 배상금 규모를 놓고 재판이 다시 진행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또 한 번 집중되고 있다. 결과 향방에 따른 파급력이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IT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최근 특허청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기업과 외국기업 간의 특허 소송은 올 상반기에만 210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130% 급했을 만큼 빠른 증가세에 있다.

글로벌 특허 소송이 급증하면서 특히 염려되는 부분은 이러한 소송이 국가 간의 이해관계 대립을 넘어 무역 분쟁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삼성과 애플, 양 기업 간 분쟁에서 미 행정부의 ‘자국 보호무역주의’가 발동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유감 입장을 표명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특허 분쟁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가운데 산업 규모가 가장 큰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도 최근 주요 통상 문제로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특히 미 정부의 자국 소프트웨어 산업 보호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는 우리나라가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 내 33개주가 채택하고 있는 ‘부정경쟁방지법(Unfair Competition Act)’은 미국으로 수출을 하는 기업이 물품의 생산과정에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면 그 기업에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 자체가 미국 내 기업이나 다른 수출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물건을 생산한 것이므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조항을 적용해 제소된 사례가 이미 여러 건 발생해 중국, 인도, 태국, 브라질의 대미(對美) 수출 기업은 미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어주었고, 브랜드 이미지 실추라는 2차 손실까지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출이 국가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현재 대미 수출국 6위라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요 수출 기업과 협력업체들의 SW불법복제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대미 수출량이 많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부정경쟁방지법’ 침해를 피하기 위해 본사는 물론 1차, 2차, 협력업체들까지도 부품과 모듈 제조 과정에서 SW불법복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직원 교육과 세미나까지 지원하는 등 발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SW불법복제율은 20%로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낮다.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은 이제 사용자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까지 자리잡았다. 미국뿐 아니라 지난해 5월 G8 국가들 역시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기준 강화 및 글로벌 법적 수단의 필요성을 강조, 공동 선언한 바 있다. 정부, 사용자, 권리자의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지식재산권 의식형성과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우리나라가 ‘지식재산권 침해국’이란 오명을 다시 얻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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