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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젤Ⅲ, 中企 · 서민엔 ‘소리없는 공포’
은행자본규제 완결판 새 국제기준 ‘바젤Ⅲ’ 내달 전면 시행…안전자산 선호 · 중기대출 축소 등 은행들은 ‘몸사리기’ 심화된다는데
금융지주 리스크 관리강화 불보듯
은행들 자산 보수적 운용 불가피

대출금리 높이고 대출규모 줄이고
서민·中企 2금융권으로 내몰릴수도
韓銀“국내 경제 전반 악영향 우려”


은행의 자본규제를 한층 강화한 새 국제기준 ‘바젤Ⅲ’가 다음달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을 바탕으로 은행 부문의 복원력 제고를 위해 현행 자본규제 체계를 크게 강화해 2010년 발표했다. 1997년 의무화한 바젤Ⅰ을 시작으로 2008년 바젤Ⅱ에 이은 바젤 시리즈의 3차 완결판이다. 기존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8%)을 점진적으로 상향하고, 이를 다시 세분화해 기준치를 높였다. 완충자본제도와 레버리지(차입투자) 규제도 신설했다.

▶수익성 악화 전망=국내 은행은 2011년부터 바젤Ⅲ 준비를 추진했고, 현재 시행을 위한 대부분의 준비는 마무리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이 단기적으론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적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몇 년 동안 점점 강화되는 자본비율 기준 등은 은행의 외형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바젤Ⅲ 시행이 은행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자본규제로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유동성 비율 규제 및 위험자산 투자 감소로 운용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은행산업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자금관리ㆍ지급결제ㆍ신탁ㆍ사무수탁 등으로 수수료를 받는 ‘트랜잭션 뱅킹(Transaction Banking)’을 강화하는 등 구조적인 영업환경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에 대한 규제가 은행대출과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량채를 중심으로 한 회사채 시장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 선진국 은행이 앞으로 자본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은행은 중장기적으로는 만기도래하는 후순위채권 등의 차환 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 ‘몸사리기’ 심화할 듯=전반적으로 바젤Ⅲ 시행에 따라 금융지주회사가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시장에서 파급력이 막대한 은행이 예금ㆍ대출에 있어서 종전의 관행보다 더 긴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에 있어서도 보수적 방향으로 변화가 불가피하며 급기야 국가경제 전반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의 영향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이 자본규제 준수를 위해 1차적으로 자본금을 추가로 늘리거나 대출 등 위험자산을 줄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를 위해 16조~34조원의 증자(增資)나 3~5년에 걸친 순이익 내부유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에서도 안전한 국채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바젤Ⅲ에서 명시한 새 규제에 따라 위기 시 사용될 유동성 자금을 더 늘려야 하는 것도 은행으로선 부담이다. 은행이 바젤Ⅲ의 ‘예금 이탈률’ 가중치가 낮은 예금에 집중하게 되면 급여통장이나 주거래기업 예금에만 공을 들일 수 있다. 또 거액예금을 선호하게 돼 서민 대신 프라이빗뱅킹(PB) 위주의 영업을 우선시할 수 있는 것이다.


▶서민ㆍ중기, 2금융권으로 밀려날 수도=여기에 자본금에 쓰일 이익을 늘리기 위해 예대 금리 차를 확대할 공산도 커 서민과 중소기업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은행이 예금 금리를 낮추는 것보다는 대출 금리를 높이는 쪽으로 나설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신용 대출자나 영세 중소기업 대상 대출에 대한 축소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은행이 자산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다.

바젤Ⅲ 기준 충족이 거꾸로 은행이 서민과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공식적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면 안 그래도 어려운 서민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비 올 때 우산 뺏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은행에서 외면당한 서민과 중소기업은 금리 부담이 더 큰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바젤Ⅲ가 정착되면 은행 및 지주사가 안전자본을 더 쌓아야 하므로 위험도 높은 기업대출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높이고 대출규모를 줄여나갈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자본규제 비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예대 금리 차는 0.25%포인트 커지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경제성장률을 0.23% 줄이는 결과를 야기한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이 국고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국고채 금리 하락 압력이 커지고 국고채와 위험자산 간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이라며 “은행의 중기대출 축소, 비은행권으로의 거래 쏠림 등 부작용에 대비한 종합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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