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세수 부족, 고령화와 나랏빚 증가라는 재정위기 징후가 농후해지면서 일본식 장기 불황 답습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행한 ‘경제 동향 & 이슈 10월호’에서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법인 세수 환경을 다루면서 일본의 사례를 인용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는 그 기울기가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일본보다는 덜 가파르지만 추세는 같다는 분석이다.
경제 성장 둔화로 세수가 줄어든 것도 빼닮았다. 일본의 세수 총액은 1990년 60조1000억엔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 42조6000억엔에 그쳤는데, 법인세와 소득세 규모가 현저하게 하락한 게 특징이다. 또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되자 일본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율 인하 정책과 함께 재정 지출과 복지 확대에 나선다. 그런데 이는 1990년대 이후 일본 재정 수지의 급격한 악화와 공채 발행 급증(국가 부채비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법인들은 수출에서 주로 돈을 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인한 무역금융 위축,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선진국 경기 회복 지연, 중국마저 성장이 둔화돼 수출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2013~2017년 중 연평균 민간소비증가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4~2007년의 3.7%)보다 낮은 2.7%에 그칠 것으로 예상, 내수부문이 수출의 부진을 메워주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