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의 대북 선제타격 군사능력이 크게 진전됐다는 미국측의 평가가 제기됐다.
리처드 와이츠 미국 허드슨연구소 수석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한국의 방위산업’ 세미나에서 “한국은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에 대비해 중국은 물론이고 때로는 미국도 경각심을 느낄 정도로 큰 진전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는 탄도·순항미사일과 장거리포 등을 동원하는 것으로,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 이후 대응시스템이 크게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사용하려는 징후가 포착되면 이를 사전에 억제·무력화하기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탐지, 추적, 타격하는 일련의 방위시스템인 ‘킬체인’(Kill-Chain) 개념을 수립하고 있는데, 미국측에서 이에 대해 평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와이츠 연구원은 그러나 한국군의 지상군 감축 계획으로 인해 북한 붕괴 등에 대비한 대비태세는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붕괴될 경우 미군의 역할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한국 군대가 북한에 진주해 핵무기를 장악하고 인도적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북한 붕괴와 같은 시나리오에 한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경우 첨단무기보다는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필요한데, 지금 한국은 병력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첨단무기 도입을 늘리려는 추세”라며 “통일과 같은 비군사적 충돌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것도 대비태세가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와이츠 연구원은 이와 함께 한국의 차기전투기(F-X)사업과 관련, 한국 정부가 예산지출 한도를 상향조정하거나 전투기 도입대수 축소, 2017년 이후 도입 등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록히드마틴이 여러 나라로부터 F-35 수주를 받아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돼 입찰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보잉도 포기하지 않고 F-15를 판매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이츠 연구원은 아울러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 연계문제에 대해 “한국은 북한의 대 한반도 핵위협에 대해서만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지만 지역 전체로 확대되는 MD체제에 편입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한국은 실제로 미국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와이츠 연구원은 이밖에 한·미 양국의 무기거래와 관련, “양국의 무역불균형이 심하다”면서 “미국은 한국의 MD체제 편입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고 방위비 분담 협상을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산 무기와 방산품목들을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