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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늦게 발견된 나치 약탈 1조4천억대 미술품.. 소유권분쟁 거셀듯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마티스·피카소·샤갈 르누아르 등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수십년 만에 발견됐다. 독일의 나치가 1930, 1940년대 유태인 미술상에게서 약탈한 그림 1500점이 뮌헨의 한 아파트에서 발견됐다. 영국 BBC는 3일(현지시각)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의 보도를 인용해 무려 10억유로(약 1조4300억원)의 예술품이 뮌헨의 낡은 아파트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번 약탈 그림은 히틀러의 예술품 수탈작업에 동참했던 미술품 수집가이자 기획자가 빼돌린 것으로, 그 규모가 사상 최대다. 이들 작품은 그간 폭격에 의해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약탈품을 수집했던 미술상의 아들이 수십년간 몰래 숨겨왔음이 독일 세무당국에 의해 확인됐다.

작품은 우연한 계기로 발견됐다. 지난 2011년초 독일 세관당국은 나치시절 유명화상이었던 힐데브란트 구를리트(1895∼1956)의 80대 아들 코넬리우스의 탈세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집에서 나치 시절 사라졌던 1500여점의 그림을 찾아냈다. 특별한 직업 없이 생활해온 코넬리우스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작품 1,2점씩을 은밀하게 내다 판 것으로로 확인됐다.


코르넬리우스는 2010년 9월 스위스에서 독일로 오는 기차에서 세관원에게 검문을 당했다. 무작위로 이뤄진 이 조사에서 코르넬리우스는 가방에 든 9000유로(약 1300만원)의 출처를 제대로 대지 못해 세무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 세무서 직원들이 그의 허름한 아파트를 급습해 마침내 그림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압수수색 직전 막스 베크만의 그림 1점을 독일 쾰른의 경매에 내놓아 85만유로(12억2000만원)에 판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당국은 이미 2년 반 전 약탈한 유명 그림들을 찾아냈으나 이를 비밀에 부쳐왔다. 그림을 둘러싸고 치열한 소유권 분쟁이 일어날 것이 분명해 쉽사리 공개할 수 없었다는 것. 그러나 그림 감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파블로 피카소, 오귀스트 르누아르,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막스 베크만, 폴 클레 등 유명 작가들의 그림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코르넬리우스의 부친 힐데브란트는 히틀러의 예술 파괴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 자신 아마추어 화가였던 히틀러는 19세기 말, 20세기초 세기를 풍미했던 초현실주의 작품을 ‘퇴폐 미술’(Degenerate Art)’로 규정짓고, 이를 탄압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적 화풍의 그림들만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며, 퇴폐 미술의 소각을 명령했다.

1937년 ‘불순한 그림’의 기준을 보여주기위해 유명화상들로부터 초현실주의 작품을 강탈하거나 헐값에 사들여 전시를 열었던 힐데브란트는 히틀러의 소각명령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빼돌렸다. 이번에 발견된 1500점 중 약 300점은 당시 전시됐던 작품으로, 약탈품 중 ‘골갱이‘에 해당된다. 이번 발견으로 미술상들의 반환 요구가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소유주임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할 경우 작품은 코넬리우스, 즉 독일 당국에 돌아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뒤늦게 세상 빛을 보게 된 1500점에 달하는 유명 미술품의 향후 행로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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