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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조경제와 미디어의 방향’ 포럼, 다툼 아닌 상생의 길 찾으려면…
스마트 시대가 도래하자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전통적인 TV 수상기를 떠나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속속 이동 중이다. 지상파 TV의 실시간 시청시간은 하루가 다르게 줄고, 유료 TV 시청시간은 나날이 늘고 있다. 이젠 ‘선별적’ 시청 시대라는 것이다. 리모컨을 쥐고 TV 앞에 앉아 있는 시청자는 50~60대 이상의 노년층이며, 하이브리드 방송 서비스(티빙, 푹, 호핀)에 익숙한 모바일 세대는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대에 선택해서 보는 이용 행태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방송 플랫폼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전국 1749만가구 가운데 92.1%, 약 1611만가구가 유료 방송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중복 가입 상태다. 국내 유료 방송 보급률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지금, 유료방송 시장에선 가입자 쟁탈전이 치열하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 가입자는 감소 추세인 반면, IPTV 가입자는 증가세를 보인다. 최근 3년 사이 나타난 미디어환경의 새로운 흐름이다.

문제는 재원이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과 통신 미디어 환경은 청년실업 해소와 고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인 신성장동력으로 꼽히지만, 실상은 여전히 취약하다. 유료방송시장의 수신료는 지상파 수신료 못지않게 낮은 편이다. 방송 생태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시청률에 의존하는 광고 재원의 혁신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선 치열해진 ‘밥그릇 싸움’을 중재할 정부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헤럴드경제는 동아TV와 공동으로 지난달 31일 ‘창조경제와 미디어의 역할’ 좌담회를 갖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유료방송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점유율 규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국내 사업자에게만 과도한 규제를 묶어 관리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낙후된 방송통신법을 지금의 현실에 맞게 정비해 국내 사업자끼리의 다툼이 아닌 상생의 길을 찾아나가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데에 뜻을 함께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고려한 규제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좌담회는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의 사회로 현대원 서강대 교수와 이문행 수원대 교수,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박사, 윤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현재의 방송통신 관련 주요 정책에 대해 원칙(공정경쟁의 원칙, 기술혁신 우선의 원칙, 시장활성화의 원칙, 소비자 중심의 판단 원칙)을 세워 기존의 방송법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사업자와 신규사업자,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의 공정경쟁의 원칙을 확보하고, 새로운 혁신이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에 의해 불법화돼서는 안된다는 ‘기술 혁신의 원칙’, 사업자들끼리의 이해가 상충되는 과정에서 기득권 보호를 위해 시장활성화를 막아선 안된다는 원칙, 이용자의 편익을 고려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가 동아TV와 공동으로 마련한 ‘창조경제와 미디어의 역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미디어를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방송통신법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 국내 사업자끼리의 다툼이 아닌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사회(황근 선문대 교수)=플랫폼 위주의 미디어법이 진입장벽을 만들며 신구 갈등을 불러왔다. 유료방송 점유율 법안에서 공정경쟁의 원칙은 무엇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현대원 서강대 교수=미디어법이 플랫폼 위주의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단기간의 명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었다. 콘텐츠 산업은 실패 확률이 높아 아무리 투자를 해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정부 입장에서 이 같은 요인으로 플랫폼 위주의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생태계 중심이다. 지금은 수직적 구조의 특정 플랫폼 중심이 아니라 수평규제로 정책의 중심이 옮겨가면 그간의 갈등은 무의미해진다. 패러다임을 바꿔줘야 한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박사=서로간의 플랫폼 경쟁이 첨예하게 나타나다 보니 ‘수평적 규제’의 중요성에도 그것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들었다. 수평규제가 논의되려면 원칙을 잡아 큰 틀을 그려가야 한다. 케이블 채널의 권역 규제는 지역권역을 사용한다는 역사로 인해 3분의 1 규제가 생겼고, 위성TV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더 자유로운 규제가 생겼다. 수평규제 역시 이 같은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는 틀에서 전개해 나가야 한다.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개돼서는 안된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는 공정경쟁과는 다른 맥락의 이해일 수 있다. 사회적으로 큰 원칙을 세워 수평규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사회=플랫폼이 다양화된다고 콘텐츠 사업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되나.

▶ 이문행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플랫폼이 늘어난다고 콘텐츠가 좋아지진 않는다. 결합서비스 중 DCS(접시없는 위성방송)는 이종매체 간의 결합이 나타난 대표사례다. 전 정부에선 불법으로 규정됐지만 최근 방통위에서 허용방식으로 개편됐다. 현재 법제정은 아직 진행되진 않은 상황이다. ICT(정보통신기술) 진흥특별법은 진행됐지만,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다.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는 적극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융통성 있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ICT 진흥특별법에서 규제가 완전히 완화된 것은 아니지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긍정적으로 비춰진다.

-사회=케이블 TV와 IPTV, 위성방송을 하나로 묶어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합산규제는 왜 나오게 됐나.

▶윤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합산규제는 공정한 경쟁을 얼마나 보장하느냐에 있고, 방송법의 목적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다는 데 있다. 때문에 방송법에선 시장경제의 측면보다는 공익성을 더 많이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가치는 다양성이다.케이블에서는 가입자의 시장점유율을 33%로 제한하고, 전체 권역을 따로 나눠 지역독점권을 주고 제한을 뒀다. 하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로 IPTV와 위성방송이 들어온 현재, 케이블TV의 다양성을 상정했던 제약조건이 타당한가 의문이 생긴 상황이다. 콘텐츠가 같다면 같은 서비스로 보고, 전체적인 시장규제를 하자는 것이 합산규제의 기본 정신이다. 

-사회=동일시장으로 규제하는 것은 좋은데 3분의 1 규제에 논리적 근거가 있나.

▶현대원 교수=왜 지금 이 시점에 1995년에 라이선스를 받은 케이블, 2002년의 위성, 2008년의 IPTV 합산규제가 나오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동일 서비스라 규정할 수 있는 것에 왜 이 세 가지만 들어가는지 역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스마트 태블릿 등 하이브리드 매체가 약진하는 상황에선 이것 역시 유료방송시장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세 가지만을 유료방송 시장을 획정하는 것은 아날로그적 발상이다. 이미 시장 진화의 중심은 스마트시장으로 넘어와 있다. 또한 지역주의와 다양성엔 분명한 논리적 근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과 시장의 진화로 글로벌시장의 문이 열린 상황이다. 그럼에도 과거 협소한 한국시장에서 규제로 잡아둔 공익성, 지역성, 다양성,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재규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없이 갑자기 세 플랫폼을 묶어 3분의 1 규제를 한다는 것은 궁색하다. 이 같은 규제가 이용자들의 편의와 공익에 부합하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윤용 변호사=규제완화의 방향을 정했다면 전체시장의 3분의 1 대상으로 완화하는 것이 맞지만, ‘합산규제’라 해서 원래 규제가 없었던 곳은 규제를 해서 끌어내리고, 규제가 강했던 곳은 완화해 중간에서 만나게 한다는 원칙 없는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규제를 완화시키는 쪽이 있다면 다 같은 방향으로 완화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사회=미디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세경 박사=규제, 정책은 사회적 합의 속에서 정당성을 얻으며 함께 기준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그 기준 아래 무엇이 올바른 정책인지 판단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지향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내적인 규제로 인해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대원 교수=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방송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시장개방을 안 할 수도 없고, 유튜브 등 글로벌 유통 플랫폼이 마우스 클릭 하나에 손 안에 잡히는 시대다. 글로벌 환경 속에서 방송원칙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큰 그림을 보지 않고 이전처럼 국내 사업자끼리 이전투구식의 지는 게임을 해선 모두가 지는 싸움이 된다. 큰 그림을 보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정리=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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