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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크아웃 재신청하는 경남기업…베트남 랜드마크72 ‘PF대출’ 발목 잡히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시공능력평가순위 21위 경남기업이 결국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발목이 잡혀 2년 만에 다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는 상황에 처했다. 경남기업은 채권금융기관들에 총 1000억원의 긴급자금만 수혈받으면 연말을 넘길수 있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PF 대출을 담보대출로 전환해달라고 대주단에 요청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2007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자체 사업으로 ‘랜드마크72’ 빌딩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만 해도 호황기여서 은행권에서 PF 대출을 받기가 어렵지 않았다. 랜드마크72는 하노이가 작년에 수도로 지정된 지 1천년을 기념하는 ‘하노이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됐고 하노이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건설업계에서 볼 때 랜드마크72는 경남기업이 추진하기에는 무리한 사업규모였지만 결과적으로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로 수주에 성공한 해외 건설사업 사례로 꼽힌다.

경남기업은 그러나 랜드마크72 사업추진으로 2009년 1월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돼 2011년 5월 졸업했다. 그러나 국내외 사업 부진으로 작년에 적자로 전환하면서 어려움이 커져 올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랜드마크72는 작년까지 아파트 분양을 끝냈고 총 9천억원대에 이르는 호텔과 상업시설, 전망대 등 나머지를 경남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현재 랜드마크72 PF규모는 5100억원으로 전체 채권단이 보유한 경남기업 여신 7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PF대출 대주단으로는 우리은행, 기업은행, 농협, 신한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등 총 17개 금융기관들이 참여했다. 이 PF는 연 이자율이 7.5%로 경남기업은 하루에 1억원, 연간 350억원에 이르는 이자를 대주단에 내고 있다.

경남기업은 자금난을 덜려고 대주단에 PF대출을 담보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되면 이자율은 연 7.5%에서 5.5% 수준으로 낮아져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경남기업은 또 1조원 규모의 랜드마크72 빌딩 매각 작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했다. 경남기업 측은 채권금융기관들이 연말까지 1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주고 랜드마크72 PF 대주단이 이자부담을 낮춰주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해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완에너지 지분 매각 대금 750억원과 관급공사 선수금 2000억원이 유입되면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워크아웃 재추진을 하지 않으려고 자체적으로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놨으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연말을 넘기면 내년 초 워크아웃 졸업도 가능할 수 있도록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 등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날 경남기업이 요청한 1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추진하고 워크아웃 개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등 PF 대주단도 담보대출 전환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내부에선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경남기업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순위 21위이내 건설사중 쌍용건설과 경남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벌그룹 계열사인 건설사다. 해외사업 등 전문성을 갖춘 자체 중견 건설사로는 쌍용건설과 경남기업이 유일하지만 두 회사 모두 워크아웃중이거나 추진중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독립형 건설사는 유동성 위기 등을 자체적으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쌍용건설과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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