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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축제의 계절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들에다 많은 바람을 얹으십시오//마지막 과일들을 익게 하시고/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베푸시어/그 최후의 단맛이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애송되는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날’의 한 구절이다. 아련하고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릴케의 이 시는 가을의 정취를 함축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가을은 붉은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이 시심을 자극하는 계절이며, 신의 선물을 거두는 수확과 결실의 계절이다. 청명한 하늘과 따사로운 바람, 작열하는 태양을 선사해 곡식이 단단해지고 과일에 단맛이 배도록 하는 것은 릴케의 노래와 같이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를 거두어 갈무리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10월도 막바지다. 올해는 고약한 태풍도 없었고 일조량도 충분해 가장 풍요로운 해가 될 듯하다. 이런 10월에 각종 축제가 러시를 이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예술 축제는 연간 122개가 열리며 10월에 28개가 집중돼 있다고 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축제까지 합하면 매주 수십개의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셈이다.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나눔이다. 가을의 축제는 풍요를 나누고, 인정을 나누며 차가운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다. 각 사회집단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무한경쟁하면서 갈수록 인정이 메말라가는 오늘날,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필요하다. 아무리 많은 축제를 연들, 그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면 신의 선물을 오용하는 것이다. 함께 나누고 보살피는 축제가 만개하길 기원한다.

이해준 문화부장/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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