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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이종덕> 예술가의 책무는 나눔이다
어수선한 세상이다.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안개 속을 걷는 듯 불안하다. 사회는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고 매일 신문을 들추기 무서울 정도로 끔직한 뉴스가 넘쳐난다. 행복과 화해, 용서 등의 긍정적 단어보다 자살과 폭행, 비리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무절제한 탐욕과 이기심이 인간 본성의 선함과 순수함을 잠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모두가 가지려고만 하고 베풀지 않으니 세상이 점점 살벌한 각축장이 되어간다.

그러나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면 세상의 또 다른 이야기가 들려온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에 가려진 감동적인 이야기들.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소외받는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이,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이 등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나보다 남의 행복을 돕고 자신의 명예보다 진실의 가치에 헌신하는 이야기들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과 같다.

요즘 우리 문화계에도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예술이 본디 개인과 사회를 향기롭게 하는 것이지만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는 예술가가 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나누는 것이다. 사실 예술가는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지 소유하는 사람이 아니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성을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한다. 또한 자연과 우주의 에너지를 선사하며 불확실한 삶을 이겨내는 힘을 전달한다. 예술가는 이런 활동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한다. 어쩌면 예술가의 재능기부는 훨씬 본질적이고 직접적인 나눔의 형태라고 본다. 자신이 갖고 있는 총체적인 에너지를 작품에 부여해 직접적 방식으로 예술 수요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일부 예술가에 의해 시작된 재능 기부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고 있어 더욱 반갑다. 연극배우는 학교나 소년원 등에서 청소년들에게 연극을 가르치고, 뮤지컬 배우는 시골 벽지를 다니며 아이들에게 무대 위에서의 꿈을 심어주고 있다. 클래식 연주자는 ‘꿈의 오케스트라’ 같은 사업을 통해 어린이에게 예술의 치유 힘을 일깨운다. 무용수는 노숙자들에게 재활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꼭 재능기부가 아니더라도 보육원이나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예술가도 꽤 많다. 나 또한 예술가들 모임인 예장로타리클럽 회원들과 함께 오래 전부터 한센병 환자 돌봄기관인 성라자로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들과 함께 성당에 쌓인 먼지를 털고 납골당 청소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눔과 봉사가 인간을 선하게 한다는 진실을 절실하게 느끼며, 예술가의 행복은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는 데 있지 않고 순결한 나눔과 그에 따른 보람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예술가에게 있어 나눔은 의무가 아닌 숙명이 아닐까 한다. 꼭 재능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의 행복과 미소,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한결 풍요로워질 수 있다.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행복의 이치를 많은 예술가들이 깨닫고 더욱 솔선수범했으면 좋겠다. 가을은 나눔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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